[본사특약 독점전재]

중국경제의 미래는 밝은가.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경제대국''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름있는 경제학자들은 2001년까지는 중국경제가 세계최대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세계의 모든 기업가들은 12억인구의 거대 중국시장의 잠재력에 군침을
흘려왔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리는데는 문제점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의 주장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요인들중 상당수가 잘못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은행이 발간한 "중국의 빈민층, 그 숫자가 말하는 것은?"이란
제목의 보고서는 그동안 다른 은행들이 발표한 중국에 관한 통계수치들을
사실상 뒤집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경제규모를 이미 발표된 추정치보다 25%이상 낮춰잡고
있다.

세계은행은 또 중국의 빈민층인구비율이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대로
7% 안팎이 아니라 전체인구의 3분의 1수준이라고 보고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경제기적이 신기루였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세계은행이 제시한 수치들은 중국이 과거에 알려졌던 것보다
개발정도가 훨씬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통계란 때때로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있으나 세계은행등이 내놓은
수치는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89년 천안문대학살이후 중국이 국제적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데는 중국의 경제성공에 대한 경외심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집단학살로 생겨난 중국에 대한 거부감은 중국정부가 수백만명의
빈민층을 구제해냈다고 대대적으로 치적을 홍보한후 생겨난 중국에
대한 존경심때문에 희석되고 말았다.

중국이 오는 21세기에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중국에 대해
또다른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엄청난 중국시장이 가진 매력때문에 기업가들은 중국과 친하게
지내려고 애쓰고 있다.

만약 중국의 기적을 평가절하하는 얘기들이 있다면 그것이 중국의
명예를 국제적으로 손상시키는 일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여러모로 보아 중국은 지금 부자나라라기 보다 가난한 나라라고 보는게
적당하다.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국제적인 최대 이슈중 하나는 중국이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입조건이다.

미국등 회원국들은 WTO 가입희망국들 가운데 부자나라일수록 무역
자유화속도를 가속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아직도 극빈층이 많다는 얘기가 반복될 수록 실제로
중국당국에 도움이 된다.

세계은행은 이 빈곤보고서에서 중요한 두가지 사항을 변경했다.

첫째는 빈곤층의 기준이 되는 소득수준을 하루 0.6달러에서 1달러로
높였다.

이같이 조정한 결과 1억명도 채 안되던 중국의 빈민층은 3억명을
넘어서게 됐다.

둘째로 그동안 구매력지수(PPP)를 토대로 산출돼온 중국의 1인당
소득 추정치를 낮춰 잡았다.

이 1인당 소득은 생계비산출에 적용되고 있다.

세계은행의 96년판 세계개발보고서는 PPP를 기준으로 산출한 중국의
94년도 1인당 국민소득을 2,500달러정도로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보고서는 1,800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이처럼 기준을 변경하자 중국경제규모 (추정치)는 놀랄 만큼 줄게
됐다.

예를들면 지난 92년당시 세계은행의 수석 연구원이었던 로렌스 서머즈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이미 독일이나 일본보다 앞서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그는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PPP기준으로 2,500달러로 보았다.

그는 당시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을 토대로 장래의 성장률을 추정하면서
"중.미간 이같은 성장률격차가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 11년내에 중국의
총생산은 미국의 총생산을 앞지를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은행가인 윌리엄 오버홀트도 자신의 베스트셀러인 "중국의
부흥"에서 서머즈의 예견을 뒷받침했다.

최근 새로 발표된 수치들은 중국이 장래에 세계최대 경제대국이 될
시기를 못박아 놓고있다.

그것은 현재의 성장속도로 볼때 20년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서머즈와 같은 사람들처럼 PPP를 이용한 경제력측정은 판단을 그르칠
우려가 있다.

소득을 구매력으로 환산하는 것은 상대적 빈곤을 측정하는데 중요하기는
하다.

왜냐하면 명목소득이 수백달러정도인 경우 미국에서는 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는 표준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미제품이나 구미기업들을 살때 기업가들이 주의깊게 보는 것은
PPP가 아니고 실질환율로 계산해 중국돈으로 환산한 가치다.

마찬가지로 국내총생산(GDP)을 PPP기준으로 추정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처럼 수출이 급증하면서 경제성장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게
되 통화의 평가절상을 야기, PPP기준으로 측정된 GDP와 명목 GDP간의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은행이 미.중간 경제규모의 상대적 크기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PPP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이다.

세계은행 북경사무소 피터 보텔리어소장은 환율을 이용한 어림계산법을
이용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중국경제는 미국의 10%수준에 불과하고 미국을
따라잡는데는 약 4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PPP를 사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 "좀 더 나은
자료"를 인용했다고만 밝혀 그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중국 빈민층을 측정하는데 있어 예전 수치와 최근
수치들이 모두 나름대로 옳다고 주장한다.

60센트 빈곤선은 중국의 표준이며 1달러 빈곤선은 국제적인 비교에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그동안 국제적인 비교기준으로 중국 수치를 인용하기도
했다.

예를들어 95년 발간된 빈곤보고서에서는 "베트남의 빈곤층(51%)은
중국(9%) 인도네시아(15%) 필리핀(21%) 태국(16%)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수치들을 납득하지 못했다.

이를 납득하려면 그들은 중국이 발표한 수치를 믿기위해서는 태국의
명목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중국의 5배라고 할지라도 태국의 빈민층비율이
중국의 두배는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나라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중국인구의 3분의 1이 여전히 빈곤속에서 산다는 사실은 중국정부에
인도주의적인 문제이상의 것을 제기하고 있다.

가난을 측정하는데 어떤 척도를 사용했건 통계수치들은 개인의 농지소유가
허용된 80년대초에 엄청난 속도로 빈곤해졌음을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가난한사람 비율이 감소하는 속도는 계속 둔화됐다.

반면 해안지대를 중심으로 제조업을 앞장세운 경제활황이 계속되면서
부유한 동부도시와 가난한 내륙지방의 격차는 확대되어 왔다.

그격차는 중국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경제적 정치적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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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poor is china?" October 12th 1996 (c) London, The Economist

< 정리=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