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배 < 뉴욕 특파원 >

요즘 뉴욕커들에겐 스포츠가 정치판 보다 훨씬 재미있다.

그동안 대통령후보들의 TV토론이 2차례나 벌어지고 부통령후보들의 토론도
있었으나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신통한 정강정책이 없고 인물들도 신선감이 떨어져 진부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시리즈가 돌풍을 몰아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키스의 연고지인 뉴욕의 경우는 열광의 도가니다.

전통의 야구명문 양키스가 90년대 들어 두각을 나타내는 신예강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맞붙어 연일 명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신문 라디오 TV는 물론이고 두 사람만 모여도 야구얘기
일색이다.

근무시간이 엄격한 미국이지만 경기를 치른 다음날 지각정도는 묵인사항
이다.

월드시리즈가 펼쳐지는 양키스타디움은 입장권을 사려는 야구팬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극성팬들은 텐트야영까지 하면서 표 구입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명절 귀성열차 예매차표의 장사진을 보는 것 같다.

암표상들이 날뛰는 것도 비슷하다.

1등석의 암표 가격은 무려 2천5백달러를 호가하며 20달러짜리 외야석
입장석도 4백달러에 없어서 못팔 지경이다.

그런데 특기할만한 사실은 양키스가 뉴욕경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키스모자 장갑 T셔츠 등이 없어서 못팔 지경이다.

또 인근 지역에서 경기를 관람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호텔 술집등이
때아닌 대목을 맞아 흥청거리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화회사도 단단히 한몫 챙기고 있다.

뉴욕시 전화를 관할하는 나이넥스에 따르면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뒤 티켓을 판매하는 티켓메스터로 불과 수시간 동안에 5백만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는 것이다.

뉴욕시 감사원의 분석을 보면 월드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경우 야구특수로
벌어 들이는 수입이 8천7백여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긍정적인 거시경제지표와는 관계없이 불황을 호소해 오던 상인들이
야구투수로 짭잘한 재미를 보자 스포츠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채 열흘도 남겨 놓지 않은 선거가 뉴욕에서 만큼은 뒷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