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작가를 발굴해 전시회를 성황리에 열었을때
보람을 느끼죠"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도시와 영상전"을 기획한 큐레이터
이섭씨(36).

그는 지금 나무기획대표를 맡으면서 미술전문컨설팅사인
"아트프로젝트서울"을 올해 새로 설립했다.

"전시회를 하려면 기획자에게 예산전결권등 모든 것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죠.

결국 오너의 취향에 맞게 전시회를 꾸미는 기술자 역할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요"

큐레이터의 프리랜서를 주장하고 독립 미술컨설팅사를 세운 이유다.

그는 전시기획이라는 업무영역을 일상생활과 미술과의 다리역할을
하는데까지 더 넓힐 계획이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가 큐레이터란 직업에 눈뜬 것은
독일 유학시절.

"국내에서는 공항로비에서 볼품없이 열리던 실내작가전시회가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번듯한 미술관에서 보기좋게 개최되는 것을
보았죠"

그길로 그는 외국에서 큐레이터라는 미술행정가들의 역할에 대해 듣고
귀국후 지난 89년부터 이 길에 접어들었다.

미술계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미술행정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90년에에만해도 이 직업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죠.

초창기에 기획전시회가 6개월동안 장기간 열리면서 성공하자 화랑주인의
보는 눈도 그때서야 달라지더군요"

그는 큐레이터가 전문직이면서도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게
불만이다.

전문직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의식과 각종 잡무까지 다 맡아야하는
현실간의 간격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큐레이터의 역할도 세분화돼있죠.

전시기획담당부터 디자인 캡션담당까지.

"국내에서도 이젠 이들의 역할 구분이 명확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큐레이터는 자기와의 무한 경쟁이죠.

누군가에게 뭘 보여주겠다는 것보다도요"그의 직업관은 매우 독특하다.

"일반인들에게 뭘 해준다는 생각은 안해요.

하지만 가장 알기 쉬운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죠"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