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59)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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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저가 대관원 도향촌에 머물고 있는 동안, 희봉은 왕아를 시켜
우이저의 약혼자였던 장화를 꼬드겨 가련에 대한 고소장을 쓰게 하도록
지시하였다.
왕아가 장화를 찾아가서 말했다.
"장화 자네, 약혼녀인 우이저가 다른 사람의 첩이 된 거 알고 있나?"
"난 몰라. 우이저가 내 약혼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얼굴도 제대로
한번 본 적이 없어.
부모들끼리 우리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둘을 혼인시키자고 약속을 했던
모양이야.
난 부모들이 그러니 그런가 보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지, 우이저에게
대한 미련 같은 것도 없어.
우이저가 누구 첩이 되었건 나랑 상관없다 이거야"
장화는 어젯밤에도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도박을 했는지 벌겋게 핏줄이
선 두 눈을 끔벅거리며 시큰둥하게 대답하였다.
장화의 반응이 이래가지고는 왕아가 맡은 일이 순조롭게 추진될 것
같지가 않았다.
왕아가 장화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잠시 궁리를 하였다.
"자네 아버지 우이저 어머니에게 파혼장을 써주면서 돈 열 냥을
받아먹었어"
그러자 장화가 얼굴 근육을 실룩거리며 부아를 내었다.
"아버지가 돈 열 냥이나 받아먹었으면서도 입을 싹 닦고 나한테는
한 냥도 주지 않았단 말이지?"
그 기회를 놓칠세라 왕아가 잽싸게 끼여들었다.
"자네 아버지가 받은 열 냥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그게 뭔데?"
장화가 마음이 솔깃해지는 모양이었다.
"이번 파혼은 강요에 의한 것으로 무효다 하면서 가련 대감을 고소하는
거야.
그리고 이 일에 개입한 가진 대감과 가용, 우씨 들도 여차하면 고소하는
거야.
그러면 저쪽에서 일을 무마하려고 자네에게 돈을 먹일 게 아닌가.
그러면 마지못해 고소를 취하하는 것처럼 하면 된는 거지"
"나보고 공갈 협박을 하라는 건가?"
장화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머뭇거렸다.
"공갈 협박이라니? 이건 정당한 권리 주장이지. 약혼이 파기된 것을
당사자인 약혼자 자네가 모르고 있으니 이건 뭐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거지. 안 그런가? 나 같으면 가만두지 않겠어"
"워낙 권세가 센 집안을 어떻게 고소한단 말인가.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러니까 저쪽에서 돈을 집어주면 못 이기는 척하며 고소를
취하하라니까.
그러면 아무일도 없을 거야.돈을 집어주는데도 자네가 끝까지 고소를
취하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그때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지만
말이야"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
우이저의 약혼자였던 장화를 꼬드겨 가련에 대한 고소장을 쓰게 하도록
지시하였다.
왕아가 장화를 찾아가서 말했다.
"장화 자네, 약혼녀인 우이저가 다른 사람의 첩이 된 거 알고 있나?"
"난 몰라. 우이저가 내 약혼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얼굴도 제대로
한번 본 적이 없어.
부모들끼리 우리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둘을 혼인시키자고 약속을 했던
모양이야.
난 부모들이 그러니 그런가 보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지, 우이저에게
대한 미련 같은 것도 없어.
우이저가 누구 첩이 되었건 나랑 상관없다 이거야"
장화는 어젯밤에도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도박을 했는지 벌겋게 핏줄이
선 두 눈을 끔벅거리며 시큰둥하게 대답하였다.
장화의 반응이 이래가지고는 왕아가 맡은 일이 순조롭게 추진될 것
같지가 않았다.
왕아가 장화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잠시 궁리를 하였다.
"자네 아버지 우이저 어머니에게 파혼장을 써주면서 돈 열 냥을
받아먹었어"
그러자 장화가 얼굴 근육을 실룩거리며 부아를 내었다.
"아버지가 돈 열 냥이나 받아먹었으면서도 입을 싹 닦고 나한테는
한 냥도 주지 않았단 말이지?"
그 기회를 놓칠세라 왕아가 잽싸게 끼여들었다.
"자네 아버지가 받은 열 냥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그게 뭔데?"
장화가 마음이 솔깃해지는 모양이었다.
"이번 파혼은 강요에 의한 것으로 무효다 하면서 가련 대감을 고소하는
거야.
그리고 이 일에 개입한 가진 대감과 가용, 우씨 들도 여차하면 고소하는
거야.
그러면 저쪽에서 일을 무마하려고 자네에게 돈을 먹일 게 아닌가.
그러면 마지못해 고소를 취하하는 것처럼 하면 된는 거지"
"나보고 공갈 협박을 하라는 건가?"
장화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머뭇거렸다.
"공갈 협박이라니? 이건 정당한 권리 주장이지. 약혼이 파기된 것을
당사자인 약혼자 자네가 모르고 있으니 이건 뭐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거지. 안 그런가? 나 같으면 가만두지 않겠어"
"워낙 권세가 센 집안을 어떻게 고소한단 말인가.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러니까 저쪽에서 돈을 집어주면 못 이기는 척하며 고소를
취하하라니까.
그러면 아무일도 없을 거야.돈을 집어주는데도 자네가 끝까지 고소를
취하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그때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지만
말이야"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