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사무소는 여행 안내소".

국내 증권사들의 도쿄 사무소에 대한 대내외 평가는 한마디로 이렇다.

일본 증시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관련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본업"보다는 본국에서 "놀러오는" "윗분들"의 의전에 더
신경쓰고 있는데서 비롯된 말이다.

현재 도쿄에 있는 국내 증권사의 "거점"은 모두 16개.

고려 쌍용 동서 LG 대우 등은 지점으로, 대신 산업 선경 등 11개는
사무소 형태다.

지난 82년부터 해외점포 설립이 허용되면서 너도나도 사무소 설립에
나섰다.

사무소당 임대료(월30만엔)와 인건비(월100만엔) 및 제경비 등 연간
4,000만엔(약 3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쓴다.

지점의 경우엔 이들 비용이 더욱 많이 들어간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지점당 연간 3억엔은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점과 사무소를 합칠 경우 연간 약 20억엔(145억원)이나 된다.

해마다 확대되는 대일역조에 일조를 담당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제는 피같은 돈들이 물처럼 쓰여진다는 점이다.

모사무소의 경우 직원이 사무소장을 포함해 3명에 불과한데도 30평에
달하는 사무실을 쓰고 있다.

"식당"으로나 쓰이는 커다란 회의실이 있고 2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은
텅비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지점도 크게 다를게 없다.

하는 일도 윗분 모시기가 대부분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찾아오는 윗분 맞으러 공항에
나가기 일쑤다.

평일은 말할 것도 없고 휴일도 마다할 게재가 못된다.

뜻에 거슬려 언제 송환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련자료 조사같은 본업은 본의 아니게 뒷전이다.

국내증권사 점포까지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일정한 파이를 많이 먹으려고 하다보니 제살 깎아먹기가 종종 일어난다.

16개 점포 거의 모두가 엄청난 적자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주가하락으로 본사가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도 도쿄점포의 적자는
예외로 치부된다.

"수업료"라는 미명이 따라붙는다.

"일본 주식시장 자체가 장기조정기인데다 한일 이중과세 방지협정
개정이 1년이상 순연돼 아무리 발버둥쳐도 할 수 없다"는 말은 아무런
여과없이 받아들여진다.

신영증권이 경비절감 차원에서 도쿄 사무소를 폐쇄했어도 강건너
불이다.

도쿄점포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을 철저히 해 비용이 편익보다 클
경우 발을 빼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홍찬선 < 증권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