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금융기관 대출금회수의 안전판역할을 해오던 담보가 오히려
금융기관의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

특히 담보대출을 선호하는 금융기관일수록 부실여신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담보"는 더이상 대출금회수를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우성건설이나 건영부도때 은행이나 2금융권은 담보만 믿고 대출을 해준
기관일수록 떼인 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추세를 반증했다.

최근부도가 발생한 삼익악기에 대출을 해준 삼삼종금은 삼익악기 소유의
시가 3백억원짜리 강남구 논현동 건물을 담보로 잡고 2백40억원의 여신을
해주었는데 그결과는 "물린돈"으로 귀착했다.

또 삼성 국민한일등 10여개 할부금융사도 담보를 믿고 삼익악기에 3백억원
의 어음을 할인해 주다 "부실"로 결말이 났다.

조선생명 국제화재 대한보증보험등 보험사들도 총여신액 3백70억원의
90%이상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다 이번에 무더기 부실을 안게 됐다.

팩토링 렌털사등 2금융권기관도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서 기업의 수익성이나
신용력보다는 담보대출을 선호해 기업부도때 대규모 피해를 당하고 있다.

서울은행의 경우 지난 8월부도를 낸 건영에 대해 순여신 1천8백94억원의
거의 전액인 1천8백1억원을 담보로 잡은뒤 여신을 해주었으나 부도로 대규모
부실더미에 올랐다.

한국은행 국감자료를 보면 이같은 "법칙"이 여실히 드러난다.

15개 시중은행중 담보대출비중이 64.1%로 가장 높은 서울은행은 전체여신
중에서 부실여신비중이 2.6%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담보대출비중이 24.3%로 가장 작은 보람은행은 부실여신비중이
0.2%로 2번째로 적었고 담보비중이 37%로 두번째로 낮은 하나은행은 부실
여신비중이 0.1%로 가장 낮았다.

담보가 이처럼 문제가 되는 것은 우선은 부동산경기하락 때문이다.

과거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는 부도가 나더라도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처분해 대출금을 거의 전액회수할수 있었으나 최근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대출금회수가 어려워지고 있다.

또 담보부동산을 경매에 부칠 경우 한번 유찰될때마다 20%씩 경매가격이
떨어지도록 돼있고 부동산경기하락으로 통상 1-2회 유찰된 뒤에 경락이
이루어져 담보가의 절반도 못건지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또 최근에 기업들이 부도가 날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법정관리기간동안 담보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해 이자는 커녕 원금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법정관리후 10년거치 15년 일시상환조건으로 대출금을 회수한다해도
이자율을 연 12%로 가정할 경우 25년뒤에는 현재가치로 원금의 18%만 회수
한다는 계산이이 나올 정도다.

겉으로 드러난 요인은 이렇지만 더 큰문제는 금융기관들의 의식이다.

돈을 빌려줄때는 반드시 부동산 담보를 잡아야 하고 담보만 있으면 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철떡같은 "믿음"이 이지경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담보를 경영능력이나 기업의 장래성 재무구조보다 더 중요시하니 부실이
생길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용평가 기법이 개발되지 못하는 것도 쾌쾌묵은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탓이다.

최근에는 그동안 신용대출을 주로 하던 종금사(옛 투금사)들마저 대출할때
미리 추후에 담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어음을 할인해 주고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이정조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 사장은 "담보대출의 경우 금융기관이
담보만 믿고 거래업체의 자금동향 형금흐름등에 대한 분석과 점검을 게을리
해 신용대출때보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진단하고 "철저한 신용분석을
거쳐 신용대출을 해주고 사후관리를 잘 하는게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지적
했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