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실명제 위반에 대한 특별검사 대상을 25개 일반은행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일부 은행들의 합의차명계좌 알선으로 불거진
실명제 위반소동은 모든 은행으로 확산되게 됐다.

또 보험사 신용금고 등도 은행과 비슷한 행태를 해온 점으로 미뤄 차명계좌
파문은 경우에 따라선 전 금융기관으로 확산, 금융계에 한차례의 회오리바람
을 몰고 올게 분명하게 됐다.

은행들의 합의차명계좌 알선 등 실명제 위반행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확정된 은감원의 지침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가능한 모든 은행 모든 점포까지 특검대상을 확대, 철저한 실태조사
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특검결과 실명제 위반행위가 드러나는 은행에 대해선 관련
임직원은 물론 은행장까지 책임을 묻겠다는게 은감원의 확고한 의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기검사를 받게 될 은행들은 실명제위반 실태조사를
우선적으로 받게 됐으며 위반정도에 따라선 1~2명의 은행장들이 자리를
그만두는 상황도 실현가능한 일로 다가오게 됐다.

그러나 은감원의 실명제위반 조사대상 확대방침이 은감원의 의지대로
성과를 거둘지는 불분명하다.

그 이유론 우선 은감원의 특검방침이 상당히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감이
없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은감원은 차명계좌 파문이 처음 제기됐을때 "특검의 실효가 의문시된다"는
이유로 특검착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특검에 착수했고 특검대상도 확대하겠다
는 강경입장으로 돌아섰다.

금융계에서는 이를 두고 은감원이 뚜렷한 물증도 없이 특검에 나선 것으로
미뤄 "외부적 압력"이 작용했음에 틀림없으며 뭔가 "희생양"을 찾고 있는게
분명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하나는 은감원이 과연 실명제 위반여부를 찾아낼수 있느냐 여부다.

차명계좌는 그 특성상 당사자간의 분쟁이 불거지기 전에는 찾아내기
힘들다.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은감원이 특검확대를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는
것은 뭔가 "각본"이 있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이렇게 볼때 은감원의 특검대상 확대방침은 상당한 "모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모험은 "몇몇 은행장 경질"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