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문화인물"로 선정된 간송 전형필 선생 (1906~1962)을 추모하는
대규모 특별전이 11월3~17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762-0442)에서
열린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유출되던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를 전재산을 바쳐 지켜낸 간송의 문화재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

전시작은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및 보물 등 100여점이며 이중에는
간송이 직접 제작한 서화 및 도자기와 그동안 각종 해외순회전이나
기획전에도 내놓지 않던 비장의 수장품 10여점이 포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은 모두 구입경로 및 수장유래가 분명하게
밝혀진 명품들.

특히 입수과정에서 간송의 투철한 문화재사랑 정신을 엿볼수 있는
사연들이 얽혀 있는 것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고려상감청자를 대표하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국보 제68호)은 군수
월급이 70원이던 1935년 일본인 골동상에게 거금 2만원을 주고 선뜻
구입했고 조선백자의 대표적 명품으로 꼽히는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난
국초충문병" (보물 제241호)은 이듬해인 36년 경성미술구락부 전시경매에서
일본의 대수장가들을 물리치고 1만5,000원에 입수한 것이다.

고려청자로서는 드물게 42cm의 높이에 호화찬란한 문양과 맑고 푸른
색깔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는 "천학매병"도 역시 2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간송의 손에 넘어온 작품이다.

또 세조때 관찰사를 지낸 정식 (1407-1468)의 이름이 새겨진 "정식명
청화백자매화문접시"는 청화백자의 제작연대를 추정할수 있는 중요한
작품.

이밖에 간송미술관을 세계최고의 고려청자수장고로 인정받게 한
"청자기린형향로" (국보제65호)"청자압형연적" (국보제74호) "청자상감포도
동자문매병" (보물제286호) 등은 37년 일본에서 활동하던 영국인 변호사
갯스비의 수장품을 일괄 인수한 것들이다.

겸재 정선 (1676-1759)의 대표작인 진경산수화첩 "해악전신첩"과 현재
심사정 (1707-1769)의 "촉잔도권"도 국보급 대작.

"해악전신첩"은 골동품수집가인 장형수가 친일파 매국노라고 손가락질
받던 경기도 용인 송병준의 집에서 머슴이 불쏘시개로 넣기 직전 극적으로
입수, 간송에게 넘긴 것.

이 그림첩에 실린 "문암관일출"은 겸재가 72세때 금강산을 포함한
동해명승을 그린 것으로 진경산수의 틀을 완성한 이후의 대작이다.

또 길이가 8m를 넘고 폭이 60cm나 되는 대폭 산수도권인 "촉잔도권"은
현재가 타계직전 7촌조카의 청을 받아 완성한 대작이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번전시회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시대별 문화재를 한눈에 볼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특히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 많아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전시회에 앞서 11월 2일 하오3시 간송미술관에서는 간송의
일대기를 담은 "간송 전형필"출간기념회와 흉상제막식이 마련된다.

또 11월 8일 하오 3시30분에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보성고 강당에서
"간송의 생애와 사상" (정양모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주제로 한 강연회가
열린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