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 가톨릭대 교수 >

1981년 유전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벤쳐기업에서 출발한 카이론은 86년 8위
에서 91년 5위, 96년 3위로 급성장한 미국 생물산업의 선도기업이다.

95년말 현재 카이론은 생물의약 사업에서만 8천8백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같은 사업에서 9백억을 기록한 제일제당보다 외형상 약 10배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제일제당은 아미노산 감미료 핵산 등 카이론에 없는 바이오 식품
분야에서 1천7백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카이론과 제일제당은 보유한 기술수준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제일제당은 세포배양기술, 생물공정기술과 같은 생산기술만 카이론의 90%
수준에 육박하고 있을 뿐 유전자 재조합기술, 세포융합기술과 같은 기초
기술과 신물질탐색기술, 안정성 평가기술과 같은 신물질 창출기술은 각각
카이론의 70%와 20% 수준에 불과하다.

카이론의 연구개발비와 연구인력도 각각 2천7백50억원과 3천명으로
제일제당의 2백60억원과 2백80명보다 10배이상 규모가 크다.

또한 카이론은 막대한 자본과 장기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통한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컴퓨터와
데이타베이스 기술을 접목한 약제 발견 시스템을 구축해 신제품 개발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이론은 이미 세계 최초의 신약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약이 부족한 제일제당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화 전략에서도 양사는 큰 차이가 있다.

카이론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을 거점으로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네덜란드
호주 등에 글로벌 생산및연구개발 기지를 구축했다.

또한 생물의약의 원천기술을 이용해 공동개발 합작투자 판매제휴 라이센스
등 다양한 세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제일제당은 91년 인도네시아에 사료 첨가제 생산기지를 확보했을
뿐이며 조미료 간염백신 항생제등 제품및 플랜트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제일제당은 첫째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제일제당은 카이론을 능가하는 발효 기술을 보유화고 있다.

따라서 이 발효 기술에 최신 유전공하기술을 접목시켜 선도 기업과 차별화
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둘째 제일제당은 당장 경쟁력이 취약한 생물의약 분야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바이오 식품 생물환경 생물농약등 사업분야를 다양화시켜야 한다.

이같은 전략은 투자 위험을 줄일뿐만 아니라 선도 기업이 아직 관심을 갖지
않은 분야를 선점할수 있다.

셋째 제일제당은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기초과학은 발달했지만
상업화가 덜 이루어진 러시아등 동구권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나 합작투자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유럽 일본등 선진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선진국에 비해 국내에 안전성 연구소나 독성 연구소 같은 기초
연구기관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제일제당은 국내 대학이나 연구기관들과 산.학.연 협동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해외 연구소들과 폭넓은 교류활동을 벌이고 나아가서는
해외 현지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