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경상학회(회장 권병무 건국대교수)는 지난 26일 건국대
상허기념도서관 국제회의실에서 "한국정치.개혁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했다.

독일학자들도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경제정책의
변화 및 개방화에 대응하는 기업경영전략의 수립방안 등이 심도깊게
논의됐다.

특히 문민정부 들어 추진돼온 정치.경제부문의 개혁작업과 국제경쟁력의
향상을 연계시키는 논의들이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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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개혁의 전망 >>

권영훈 < 한양대교수/경제학 >

한국경제는 과감하고도 효율적인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경제체질을 가지고는 대내외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현안들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으로 신세계경제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경제성장률이 급강하하고 경상
수지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2일 세계 29번째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이
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새로운 책임과 의무를 요구받게되는 등
외부로터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제력이 과잉집중과 독과점체제로 인한 저생산성의
한계에 봉착,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과소비 등 외화내빈의 천민자본주의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같은 여건하에서 OECD회원국이 된다는 사실 그 자체는 선진국진입을
위한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우리 기업들이 "지구촌 호혜경제"와 "이기적인 경제블럭"이
혼재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이율배반성에 완전히 노출됨으로써 만만찮은
부담을 안아야 할 상황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의 경제는 유사이래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심각한
불확실성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구한말의 역사를 "실패한 제1의 개국"이라고 한다면 OECD시대는
불확실성의 "제2의 개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앞으로 아래와 같은 3대과제를 수행하면서 경제
현안을 해결해나가고 신세계경제질서에 효율적으로 적응해나가야 한다.

첫째, 국민경제의 양적성장정책과 병행해 질적성장정책 경제질서합리화
정책 등의 삼위일체를 형성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처럼 다원적인 경제정책을 활용해 현재 한국경제가 처해있는 복합
불황의 상태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국민경제를 확립해야 한다.

둘째, WTO체제를 분기점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신세계경제질서와
OECD회원국으로서 직면하게되는 새로운 도전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서 일본과 터키에 이어 세번째로, 세계적으로는
29번째로 OECD회원국이 된 기회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셋째, 한국경제는 합리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을 통해 OECD가 추구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기준인 다원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평화적인 조국통일을 실천시킬 수 있는 경제적 준비를 해야 한다.

이같은 과제들을 수행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권과 정치권이
직접.간접으로 상호간에 미치는 영향력과 상호의존성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내부적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또 무에서 유를 창조한 지난 30여년간의 고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증논리를 바탕으로 한 소승적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을 바탕으로 한 대승적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한국경제가 걸어온 양적성장의 궤도에서 탈피, 왜곡된
경제의식 및 관행을 개선하고 경제구조의 체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신세계경제질서와 OECD가입을 한묶음으로 연계, 우리
스스로의 체제정비를 도모할 수 있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경제가 현시점에서 경쟁력향상과 함께 선진국권으로
부상하고 OECD시대의 신경제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경제질서정책을 동반하는 다원주의적 경제정책을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