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수 <국민대 교수 / 경영학>

요즘 "경쟁력 10%높이기"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온 나라가 지혜를
짜내고 있다.

기업쪽에서는 고비용-저효율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생산성향상을
부르짖고 있다.

문제는 구체적 대안이다.

다시 말해 생산성제고를 위해 기업들은 어떤 관리기법을 채택해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사실 기업의 생산성향상에 따른 경쟁력제고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문제가 논의되었고 여러가지 해결책을 기업이
강구해왔다.

그러나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선 기존의 접근법을 보면 기업이 설정한 경쟁력제고라는 목표가
조직계층별로 다시 구체화되지 않고 성층권에서 선언적으로 흐른
경우가 많았다.

기업의 목표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일처럼 여겨져온
것을 부인할수 없다.

종업원들의 기업목표에 대한 "체감도"가 낮을 뿐 아니라 기업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경쟁력 10%높이기"라는 목표를 농도높은 체감도와 방향감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야말로 목표달성의 관건이요, 비결이다.

예를 들면 기업의 경쟁력제고를 평가하는 지표의 하나로 "매출이익률
5%향상"이라는 목표가 회사차원에서 결정되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립라인의 팀장은 노동생산성
설비생산성 공정불량률 재고일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항목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관리항목에 대해 장기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해서 그 결과를 관리책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명확하고 현실감있는 목표설정, 목표달성여부에 대한 평가, 정기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종업원의 바람직한 행위가 유발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은 고비용문제를 이미 다룬 경험이 있다.

고비용을 극복하기 위한 고효율 관리를 우리보다 한발앞서 경험했고
그에따라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도 많이 가지고 있다.

예를들면 생산성분야 전문 상담회사인 미국 생산성품질센터(APQC)의
경우 목표 매트릭스(objective matrix)기법을 개발, 이를 생산성제고에
크게 활용하여 재미를본 경험이 있다.

일본의 마쓰시타 전기도 자체개발한 제조력측정평가모델을 이용,
기업의 조직계층별로 목표를 할당하는 기법을 써 큰 성과를 거뒀다.

이 두 사례는 목표를 조직계층에 따라 체계적으로 전개하는 작업과
종업원이 체감할수 있는 현실성있는 관리항목을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성공의 관건인가 하는 점을 말해주는 좋은 예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매출 혹은 생산성향상과 임금결정에
관한 것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쟁력 10%향상에 관한 방안을 합의 발표한바
있는데 그 주요내용은 1인당 매출액이 감소하거나 적자가난 기업의 경우
임금을 동결한다는 것이었다.

이 결의안이 전혀 엉뚱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증가는 흔히 두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하나는 매출량 증가이고,또 다른 요인은 매출단가의 인상이다.

매출의 감소 또한 마찬가지이다.

만약 매출의 감소가 매출단가의 하락에 있다고 하면 이는 조직구성원
(특히 생산현장의 종업원)의 잘못보다는 경쟁의 심화와 같은 외적요인의
영향이 크다.

이런경우 매출감소의 합리적 원인분석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매출 변동의 원인에 따라 생산성을 분석하는 경우 APQC 가 개발한
총생산요소분석모델(TFPM)을 이용해보는 것도 시행착오를 줄일수 있는
좋은 발상일수 있다.

생산성향상과 경쟁력제고는 조직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성은 개인성향과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개인성향이 강하다는 것은 곧 조직구성원의 이질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구성원의 이질성이 높을수록 조직은 절차를 강화하고 반드시 문서화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경향으로 흐르기 쉽다.

조직의 관료화가 강하게 나타날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조직은 동질성을 기초로한 일본의 조직보다
비효율적이기 쉽다.

근래 우리 기업이 팀제, 개방형 조직, 학습조직 등의 도입에 관심이
높은 것도 결국 조직의 관료성향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경쟁력향상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관료적인 종적 조직에서 업무중심의
횡적 조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횡적조직에서는 성과의 측정및 평가문제가 더욱 중요시된다.

횡적조직은 조직구성원과 조직 최소단위의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해야
한다.

우리의 기업문화를 살펴볼 때 횡적조직에서 조직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의사결정이 분산된 신조직에서는 기존과 같은 "감"에 의한
경영에는 한계가 있다.

최고 경영자에게 객관적인 성과의 측정치가 제공됨으로써 직관에 의한
경영을 뒷받침할수 있어야만 한다.

앞서 밝힌 기법들을 활용해 성과 평가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있어야 팀제나 개방형 조직같은 새로운 조직이 뿌리를
내릴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 기업들은 주어진 기업환경에서 나름대로 "한국적"인
시스템을 개발하여 수준이상의 성과를 내온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기업조직의
구멍을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평가제도로 메울 때가 됐다.

경쟁력을 10% 향상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조직의 기초를 튼튼히
할수 있는 기본적인 제도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