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청구라는 배를 함꼐 타고 항해하는 선원들이다.

대구에서 출항하여 큼직큼직한 아파트들을 낚으며 서울로 순항하였고,
강인한 정신력과 개척정신으로 커다란 파도를 이겨나가며 이제는 세계를
향해 항해하는 일등선원들이 모인 청구호.

지난봄, 때마침 불기 시작한 일본과의 월드컵 유치경쟁을 무기삼아
애국심 충만한 직원들은 태국기와 함께 붙여진 축구부 모집에 너도 나도
할것없이 지원을 해 거뜬히 회원수 65명을 기록하며 청구축구부가 정식
발족을 하였다.

청구축구부의 운영은 격주 토요일 오후에 인근학교 운동장을 빌어
실시한다.

한달에 한번씩은 타 건설사나 사옥 인근 회사들과 친선시합을 가지며,
부서별 대항시합, 계절별 단합대회도 갖고 있다.

내년도 부터는 아마츄어 축구협회에 등록해 정식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시합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가져왔고, 투지를 일구었으며, 업무능력을
배가시키는 원동력이 된 축구부는 나날이 인기를 불러오며 요지부동의
동호회 모임이 되었다.

원동력의 바탕이 된 운영단을 소개하자면, 일명 "한국 리베로"라는
닉네임으로 전후방 양면을 선두 지휘하는 회장 이성각 차장, 뛰어난 상황
대처능력과 순간판단능력으로 게임을 엮어내는 부회장 정휘원 과장,
이 두분을 믿고 동분서주, 죄충우돌 뛰어 다니며 운동장, 시합 등을 물어
오는 두 총무 김동호, 정윤영이 있다.

간혹 축구부에는 특이한 분들이 끼어 회사생활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를
즐겁게 하고 있다.

축구화만 사놓고 한번 신어보지도 못한분, 게임때 마다 어릴적 추억인양
무릎 깨지는 분, 가정일 제쳐놓고 운동장을 찾아주시는 분, 가지각색의
회원들이 서로 어울리니 사건도 많았다.

창단식을 갖은 첫모임 때 경기를 무사히 치루고 난 우리는 창단 파티를
위해 가까운 맥주집은 찾아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하려고 했으나, 우리가
찾아낸 맥주집은 부페식으로 일정액만 내면 맥주와 안주를 무한대로
제공하는 맥주집이었다.

목이 마르던 차에 부원들은 한잔, 두잔 마시더니 결국엔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