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9일 정부의 내년도 경제운영계획수립에 앞서
발표한 "경제전망"은 정부의 희망사항인 "경제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6%대"의 성장으로 추락하는등
당초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경제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해말 KDI는 올해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을 7.5%로 예상했으나 지난
7월 7.2%에 이어 이번에도 다시 6.8%로 하향조정했다.

내년도 성장률도 지난 7월 6.7~7.2%로 예측했으나 이번엔 6.5%로 내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군다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6.5%, 내년에는 6.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어 KDI의 전망치가 오히려 높은 것 아니냐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KDI 전망처럼 올해 성장률이 6.8%대로 시현된다해도 이는 지난해의
9.0% 성장에 비해 2.2%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우리경제가 세계경제의 등락에 크게 영향을 받아온 것을 보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증폭된다.

세계경제는 올해 2.7% 성장하는데 이어 내년에도 3.2%로 성장률이
높아지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급속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수출부진 속에서도 수입은 꾸준히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적자폭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1백88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경상수지 적자가 내년에는 이보다
줄어든 1백32억달러에 머물 것이라지만 이 또한 작은 규모가 아니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비록 내년엔 소비자물가(전년말대비)가 4.3% 증가로 올해 4.5%에 비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과거 7~9%의 고성장기간의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민간연구소의 물가전망은 더욱 어둡다.

올해 물가가 최고 5.1%까지 치솟고 내년에도 5.0% 상승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따라서 저성장속에서도 물가압력이 상존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가 이처럼 급격히 꺾일 경우 실업문제도 본격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KDI의 심상달연구위원은 "성장이 낮아진다고 실업이 당장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생산공정의 자동화등이 급진전되면 인력수요감소에 따라
실업문제를 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현재의 경제난 타개책으로 중장기적인 물가안정과 금리안정, 긴축
재정 기조유지등의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손에 잡힐 만한 처방을 찾을
수 없다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 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