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가정으로부터 소외된 채 방황하는 중년 남성들의 고닯은
삶을 그린 연극 3편이 잇따라 무대에 올려진다.

극단 대학로극장이 11월1일부터 내년 4월까지 대학로극장에서 공연하는
"아름다운 거리" (이만희 작 강영걸 연출), 공연기획 열린판이 11월9~31일
문화일보홀무대에 올리는 "중년의 남자에겐 미래가 없다" (김행호 작
황남진 연출), 극단아리랑이 11월1일부터 내년 1월까지 소극장아리랑에서
공연하는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이청준 작 김명곤 연출)가 그것.

몇년전부터 일기 시작한 여성극 붐을 타고 중년여성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은 여러차례 공연된적이 있으나 중년 남성들의 삶의 질곡을 다룬
연극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사실.

명예퇴직 등 중년 남성들을 더욱 우울하게하는 최근의 사회분위기와
맞물러 좋은 반응이 기대되는 가운데 이 연극들이 이시대 중년 남성들을
둘러싼 삶의 문제를 얼마나 깊이있게 표현, 이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끌어낼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불좀 꺼주세요"에서 명콤비를 이루었던 극작가 이만희씨와 연출가
강영걸씨가 만드는 "아름다운 거리"는 결혼과 사업에 실패한 동갑내기
두남자의 사랑과 우정, 인생역정을 그린 드라마.

사진관을 운영하는 민두상과 택시를 운전하는 안광남이 삶과 세상에
대해 분노하고 절망하면서 서로를 어루만져주는 내용을 담고있다.

작가 이씨는 "사회적으로 볼때 성공하지못한 이들이 힘을합쳐 고난을
극복해가는 희망찬 모습을 그렸다"고 밝혔다.

걸직하고 호탕한 이미지의 베테랑배우 유영환, "병사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연극인으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인기탤런트
김주승, 친근한 목소리의 성우출신 배우 성병숙씨가 출연한다.

문의 764-6052

"중년의..."는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이제는 일거리가 없어
방황하는 한 50대 방송작가의 모습을 통해 현시대를 사는 중년남성의
고뇌를 상징적으로 그린 모노드라마.

"심판"이후 7년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중견배우 조명남씨가 중년
남성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출을 맡은 황남진씨는 "명예퇴직의 거센 바람속에서 중년 남성들이
느끼는 자신의 왜소함이나 지난 세월에 대한 허망한 심정을 군더더기
없이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문의 736-2575

"배꼽춤을..."은 지난해 서울연극제 공식초청부문에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을 수상한 화제작.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아리랑이 소극장아리랑을 개관하면서 새로운
배역진 무대장치를 갖추고 새롭게 구성했다.

서울변두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던 중년의 조만득씨가 자신을 둘러싼
억압적인 상황에 의해 과대망상성 정신분열증에 걸려 치료받는 과정을
통해 물질만능으로 찌든 우리사회를 고발하는 내용.

민족극진영의 대표적인 배우 박철민씨가 조만득역을 맡아 열연한다.

문의 764-1654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