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활성화는 현정부가 들어선 뒤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국가경영의 핵심전략 중 하나이다.

그러나 말만 앞세웠을 뿐 실제 SOC투자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게을리
한 것으로 드러나 적지않은 실망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공공자본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3공에서 5공 초반(75~84년)까지 10년간 SOC투자는 연평균 14.7%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경제안정화 노력이 강화된 85~87년엔 6.2%로 뚝
떨어졌다.

그뒤 80년대말 SOC부족이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인식되면서
SOC투자도 활기를 되찾아 88~90년엔 증가율이 10.2%, 91~92년엔 18.6%에
달했다.

그러나 현정부 출범이후 93년 4.1%, 94년 7.4%, 95년 6.9%를 기록해
3년연속 10%를 밑돌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채택하고 있는 현실에서
볼때 다소 의외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SOC투자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90년대초 연평균 20%를 웃돌던 교통기반
시설투자증가율이 94~95년엔 6~8%대로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현정부는 입으로만 SOC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을 뿐 실제
투자를 위한 실효성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만성적인 SOC부족으로 국가 총 물류비가 연간 48조원에 이르고
으며 그중 65%를 수송비가 차지,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엄청난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경쟁력 10%향상" 운동도 도노에 그칠 것은 뻔한 이치다.

물론 정부도 당면과제로 떠오른 수출입화물 적체 해소를 위해 항만 철도
등에 우선 투자한다는 방침아래 내년도 SOC투자예산을 올해보다 24.4%나
늘린 10조1,379억원으로 책정하는 등 나름대로 적극적인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부처와 지역자치단체간의 갈등, 환경 및 문화재 보존 등의
이유로 대형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예산마저도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SOC확충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원활한 민간참여를 확대시키기 위한 민자유치책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난 94년 SOC사업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이 제정된뒤 민자유치사업
심의위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 민자사업도 지금까지 40여건 30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영종도신공항 고속도로사업을 빼고는 구체적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성과가 부진한 것은 장기사업이어서 위험도가 높고 엄청난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 더이상 업계와 줄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민자유치사업의
근본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운영의 묘를 살려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와 기업 뿐만아니라 국민 모두가 SOC사업에 21세기 국가
생존이 걸려 있다는 인식과 함께 새 돌파구 모색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