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 시내버스 요금이 자주 오르면서 그때마다 운수업체들의 적자
때문이라니까 시민들은 체념을 하곤 했다.

아무리 시민의 발이라도 민간업체들의 희생을 방치할수는 없다는
이치였고, 버스에 전용노선 특혜를 줄 때도 잘 했다거나 별 도리
없다고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업체의 적자타령이 다소 미심쩍으면서도 시민들이 애써
믿은 이유는 무엇인가.

시정부의 보증 하나였다.

복마전 누명으로 관록이 있는 시였지만 이젠 나아졌으리라 치부했고,
특히 지자제후엔 민선 시장이 시민의 매우 큰 믿고 기대는 언덕이 돼온게
사실이다.

여기 검찰수사 결과보도는 뒤통수를 쇠뭉치로 맞는 충격이 아닐수
없다.

담당관 묵인라래 17개 회사가 94년 이후 적자를 위장하느라 장부외로
빼돌린 금액은 238억원에 이른다.

위장결손 누적액 152억원을 86억원 초과한다.

한마디로 작년5월 이후 세차례 요금인상을 하지 않았더라도 적자는
커녕 흑자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조금 더 보자.

많은 업주들이 매일 수백만원씩 입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실속을
차리면서 89개 서울 업체들의 누적적자 주장은 949억원, 이를 근거로 한
93년부터 3년간 요금인상률은 물가상승률 14.8%의 4배인 60%라고 한다.

업체들의 증회목적이 노선 조정과도 연관됐다지만 장기근속 고위
공무원들이 뇌물에 현혹, 버스요금을 올리는 이런 사기극에 한몫끼어
결과적으로 시민의 부담을 늘려 업자이익을 충당하고 왜곡노선에서
오는 불편을 방치한 소행은 비록 수재액이 적다 해도 도저히 용서못할
저질이다.

고위직 공무원에다 시의원까지 연루된 것은 유감이나 그렇더라도
이런 사기극에 이들이 능동적 역할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업자단체인 버스운송조합으 이사장을 비롯, 비교적 큰 업체의 대표들이
수십억원씩을 횡령착복한 점으로 미루어 이런 조작적 구도는 뿌리가 깊고
넓은 가능성이 크다.

우선 몇주 수사과정에서 관련 업체나 관리를 두둔하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대검찰 로비가 대단했다는 일부 보도만으로도 능히
짐작이 간다.

따지자면 이것이 더 큰 일이다.

부패구조가 암세포처럼 온통 퍼져 질적으로 도저히 용납못할 비리에
조차 특히 민주화를 분별없는 청탁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현실이다.

일부에선 야당공천 서울시장을 향한 표적수사라는 우려도 없진 않은
모양이다.

만일 그렇다면 불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건의 성질로 보아 여-야 불문 도저히 묵과 못할 일이다.

더구나 포청천 애청애 횡령을 상표로, 특히 교통난 해결을 상위
목표로 내세운 조순시장 개인으로도 이번 버스사건은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운송분담률이 지하철보다 높은 36%선인 버스의 시직영도 아직은
이르니만큼 버스운행 쇄신은 금선무중 하나다.

비단 버스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이 이이 잘된 서울시의 인허가 행정의 위한 일대계기를
조시장이 그어야 한다.

거기엔 시민참여확대 등 제도의 합리화 개방화와 동시에 시공무원
하나하나에 대서울의 살림꾼이란 긍지를 심는 노력이 소중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