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청천과 같은 청백리가 되겠다"는 케치프레이즈를 내걸어
선거전에서 승리했던 조순 서울시장이 부하들의 비리로 끝내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취임일성으로 "서울의 교통난 해결"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던
조시장이 바로 그 "교통"에서 한방 맞은 셈이다.

조시장은 31일 기자회견을 자청, "대단히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성명문을 읽는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그는 사과성명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시장으로서 무거운 죄책감을 느낀다"고 솔직히 잘못을 시인했다.

사과성명을 읽어 내려가는 조시장의 모습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선언문을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아 말썽이 됐을 때 "사과할만한
일이라고 판단되지 않으면 사과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버티던 때와는
딴판이었다.

조시장은 2분간 성명문을 읽고나서 "낭독한 내용 말고는 말씀드릴게
없다"는 말만 남긴채 황망히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