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혜 밴드" 이름도 별난 이 음악그룹은 음반 한장 내지 않고
히트친 노래 한곡 없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기성가수 못지 않은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우리나라의 진정한 언더그라운드 록그룹
정신의 부활"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급기야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인조 록그룹인 황신혜 밴드가 통신인들에게 먼저 알려지게 된
것은 이 밴드의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김형태씨(32)덕택이다.

그가 한국PC통신의 음악동호회인 "산울림"의 대표시솝을 맡고 있는
열렬한 통신광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그냥 취미입니다.

따라서 고고한 음악성이나 대단한 연주실력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음악이라는 매체를 통해 마음대로
표현해 보기위해 만든 밴드입니다"

그의 말대로 가수는 그의 본업이 아니다.

그는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발명과 침략"등을 주제로 4차례
개인전을 연 설치미술가 겸 행위예술가.

"황신혜 밴드라는 이름은 "황"당하고 "신"기하고 "혜"성처럼 나타난
그룹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룹의 베이스를 맡고
있는 조윤석씨가 탤런트 황신혜를 너무 좋아해 붙인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재산목록 1호로 지난 93년 25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입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꼽았다.

미술가인 그가 그래픽 작업을 위해 구입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PC통신을
위해 더많이 쓰인다.

지난 95년초 통신에 입문한 늦깎이 네티즌이지만 PC통신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다른 데가 있다.

그는 "TV나 신문등의 기존 매체가 일방적인 정보만을 강요하는데
반해 PC통신은 지역, 연령, 성을 넘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여론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라며 PC통신
예찬론을 폈다.

그는 그러나 "일부 통신인들이 옆집 사람과는 인사도 하지 않으면서
PC통신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는 밤을 새워 채팅을 하는 특이한 행동성향을
보이는 것은 가상문화에 대한 그릇된 적응"이라며 "통신을 통한 여론의
힘이 막강해지는만큼 통신인들 스스로 통신문화를 바로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병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