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대 안정성장 시나리오"가 가시화됐다.

미 상무부는 지난 3.4분기(7~9월) 미경제성장률이 2.2%를 기록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무려 4.7%까지 뻗어올라갔던 전분기 성장율 곡선이 절반아래까지 꺽여져
내려왔다.

그동안 제기됐던 경기과열 우려가 사라진 것이다.

이날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도 같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FRB가 내달 13일 금리결정회의때 기초자료로 쓰기 위해 경기를 조사해
본결과 "감속조짐"이 뚜렷했다.

이 두가지 발표가 나오자 시장관계자들 사이에서 "금리인상은 물건너
갔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금리가 오르지 않을게 확실해지자 투자자들의 달러화 매입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이날 뉴욕시장에서 달러화가 1백14.13엔으로 전날보다 0.23엔 하락,
급등세가 한풀 꺽였다.

이처럼 경제성장세가 주춤해진 것은 개인소비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한 탓이 크다.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이기간동안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91년 4.4분기(1% 감소)이후 거의 6년만에 최저치다.

전분기(3.4% 증가)에 비해서도 3%포인트나 떨어졌다.

소비는 줄었지만 저축은 늘어났다.

이 기간동안 가처분소득중 개인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5.4%로 지난 92년
4.4분기(6.3%)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소비와 저축 패턴이 건전해졌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출을 줄인 것도 성장율을 끌어내리는데 한몫 했다.

연방정부 지출은 전분기동안 무려 9.4%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이기간동안
4% 감소로 돌아섰다.

주정부지출도 6.7%에서 0.2%로 크게 낮아졌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경제성장률 둔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알랜 블라인더 전FRB 부의장은 "이번 수치는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끌어
내리려던 FRB의 경제운용 의도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FRB의 경기진단보고서에서도 "미국 경제는 제조업 생산이 여전히
활발하며 인플리이션 우려가 없는 "완만한 성장권"에 들어왔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성장율 둔화가 "침체를 알리는 빨간불"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선거를 닷새 앞둔 봅돌 미공화당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는 이번
수치를 "막판 클린턴 공세거리"로 활용하느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증거가 수출신장율 둔화다.

이번 3.4분기동안 수출은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분기 5.6%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수출감소현상은 대유럽 항공기 수출감소라는
일시적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구조적인 수출하락의 조짐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물가안정세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경제성장율 하락이 "침체"가
아니라 "연착륙"의 신호임을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물가지표인 GDP가격지수는 이기간동안 1.9%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분기 지수(2.2% 상승)보다도 한층 안정권에 들어왔다.

미국의 이런 "2%대 안정성장"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제조, 건축, 농업등 모든 분야의 지표가 고른 안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나온 이번 경제성장율 수치는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성적에 "합격" 도장을 찍은 것이나 다름없다(경제분석가 로버트 디데릭).

클린턴 대통령과 보드 돌 후보 사이의 "당선 풍향계"가 이번 경제성장률
바람에 클린턴쪽으로 더욱 돌아섰다는 얘기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