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화 <쌍용경제연 연구위원>

아이포카( IFAWPCA : 아시아.서태평양건설협회 국제연합회) 제28차
대회가 최근 서울에서 열렸다.

16개국으로 구성된 이 협의체는 회원국간 건설분야에서의 실질적인
협력체제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실질적인 협력으로 각 회원국 건설업의 공동발전을 도모하자는 의미이다.

그러나 대등한 협력관계를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중단기적으로 건설강국인 일본과 우리나라가 기술전수 및 금융지원을
앞세워 타회원국 건설시장으로의 진출 확대를 꾀하는 구도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회원국들인 동.서남아 국가들은 대부분 저개발국 또는
개발도상국들로서 80년대 이후 경제개발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민간 주도의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ASEAN국가들은 성장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SOC)미비로 심각한 애로를 겪고 있어 이의 해소를
위한 건설부문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의 상당부분이
이 지역에서 비롯된다.

아시아는 이미 우리 건설업계에는 사활을 걸고 차지해야 할 중요한
시장이 되었다.

이 지역의 발주형태 변화도 우리 건설업체의 진출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

시급한 SOC 수요에 비해 투자재원이 부족한 이들 국가들이 수주업체에
건설자금을 조달할 것을 요구하는 BOT(건설 운영 양도), BOO(건설 소유
운영)방식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시공능력에서만 어느정도 경쟁력이 확보되어 있을 뿐인 우리 건설업계가
막강한 기술력 금융력 정보력을 갖춘 선진 건설업체와의 경쟁을
헤쳐나가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일본은 아시아 건설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와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일 상대이다.

일본이 이 지역 진출확대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건설성이 앞장서고 관련단체가 측면지원하는 공조체제를
갖춰 자국업체들의 진출기회 확대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있다.

일본 건설성은 해외사업 경험이 풍부한 민간 건설회사나
건설컨설턴트들의 협력을 얻어 프로젝트 발굴과 사업형성단계의 사전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시장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개도국과의 정책대화
및 정보교환을 촉진하고 있다.

또 정부개발원조(ODA)와의 제휴를 통해 민자 인프라정비를 위한 공적
자금이 동원될때 자국 건설업체가 참여할수 있는 방안을 정부 레벨에서
적극 모색하고, BOT 대상사업과 각국의 제도-법률을 망라한 DB를 구축,
민간기업에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대응태세는 어떤가.

우선 대형 건설업체들의 대형프로젝트 수주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어떤 지원체계가 건설교통부나 관련단체에
의해 구축되고 있다는 소식은 좀처럼 접하기 어렵다.

물론 수주경쟁 일선에서 뛰는 것은 기업 스스로가 해야 할 문제지만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자금조달력 기술력 기획력 종합관리능력
등이 열세에 있는 우리로서는 선진건설업체들과 경쟁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수주분 가운데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이 다수
내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적제고에 급급해 수익성을 면밀히 따져보지 못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소홀한 타당성검토 결과로 적자수주가 초래될지도 모르며, 또 알맹이는
다 빼주고 껍데기만 챙긴 부실한 계약이 체결되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없는가
하는 부분이다.

우리 건설업체의 수주지역이 편중되어 있는 현상황에서 출혈수주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가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만 할 사항들은 차치하더라도 정부 또는
관련단체가 나섬으로써 효과적인 해외진출을 지원해줄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개별 기업별로 정보수집을 하다보면 국가전체 차원에서는 정보수집비용이
중복지출될 뿐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입수가 되기 십상이다.

또 각 나라마다 건설관련 법-제도-관행의 차이로 계약내용 때문에
우리 업체가 손해를 입게되는 경우도 있을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정부가 나서서 상대국 정부와의 대화통로를 사전에
터놓게 되면 상당부분 해소시킬수 있는 사항일 것이다.

또한 우리 업체가 해외에 나가 사업을 전개하는데 필수적인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수 있도록 법규를 완화하는 것도 정부에서 적극 검토할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OECD가입으로 우리가 분담해야 할 ODA 출연금을 우리
건설업체와 연계시키는 방안검토도 정부의 역할이 될 것이다.

예상을 넘어서는 무역수지 적자폭때문에 경제위기론까지 대두되고, 국내
건설시장 완전개방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요즘 이 지역에서의 건설수주
확대는 건설업계 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경제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막대한
대명제이다.

업계 정부 관련단체가 하나가 돼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에
온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예컨대 해외건설협회가 중심이 되어 해외투자개발 프로젝트를 종잣돈
성격으로 지원할 투자기금(GPIF : 세계 프로젝트 투자기금)의 설립을
추진하는 것 같은 지원노력이 더욱 가속화돼 우리 건설업계의 내실있는
해외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