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역사의 종언"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신작
"트러스트-사회도덕과 번영의 창조"(구승회 역 한국경제신문사 간)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미국적의 일본인 3세인 후쿠야마교수(미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는
"역사의 종언"에 이어 95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앞으로의 인류사회가
정치.경제.사회의 연관고리속에서 어떻게 조직되고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조망하고 있다.

저자는 92년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원제: 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에서 인류사회의 진화론적.단계론적 발전을 주창한 맑스-
헤겔주의 역사는 끝났다고 선언,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트러스트"(원제: Trust-Social Virtues & The Creation of
Prosperity)를 통해 결속하는 능력을 말하는 사회적 자본, 나아가 사회적
공유가치로부터 출발하는 신뢰 축적이 지금은 물론 앞으로의 사회에서 무엇
보다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선진사회에서는 민주주의-자본주의 이외에 대안적 정치.경제조직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주어진 하나의 제도적 틀내에서도 풍요의 정도나
사회적.정신적 삶의 만족도에는 사회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오늘날의 자유주의 정치.경제제도가 그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건강
하고 역동적인 시민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의 어떤 사회에서든 경제는 가장 근본적이고 역동적인 사회성의
각축장이며, 또 세탁소운영에서 대규모 집적회로의 생산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협동이 필요치 않는 경제활동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저자는 오늘날에 있어서 인적 자본은 토지 공장 기계등의 고전적인
자본은 물론 단순한 기술및 지식의 차원을 넘어 사람들이 서로 결속할 수
있는 능력의 의미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공유가치로부터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신뢰가 탄생하며,
역으로 결속 능력은 공동체가 얼마나 규범과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의 이익을
보다 큰 집단의 이익에 종속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그속에서 후쿠야마교수는 신뢰가 높은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의 경제
구조를 차례로 비교했다.

일본과 독일경제의 친족주의적 공동체 속성과 사업상의 신뢰관계를 칭찬한
반면 가족주의적 사회인 한국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등은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선 대규모 조직을 건설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사회의 신뢰관계에 대해서는 자칫 신뢰의 전통이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공동체적인 연대와 결속이 가능한 사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책은 "신뢰의 이념-문화가 경제사회에 미치는 힘" "저신뢰사회와 가족
가치의 역설" "고신뢰사회와 사회성의 도전" "미국사회와 신뢰의 위기"
"신뢰의 회복을 위하여-21세기를 위한 전통문화와 현대산업의 결합"등 총
7장으로 구성됐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