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경제와 경제학을 어려워한다.

쉽게 풀어썼다는 시중 서점의 경제.경영서는 물론 일간신문에 실린
경제기사조차 제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경제를 얘기하지만, 역설적으로 경제현상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해
정도는 일천하기 그지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박승교수(60.중앙대 경제학과)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한 "한국경제의 두 얼굴"(고려원 간)을 펴내
눈길을 끈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경제관련 실용서나 강의를 위한 텍스트와 달리
현단계 우리 경제의 전반을 차분히 조망할수 있는 교양서로 손색없는
책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경제를 똑바로 인식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요.

이 책의 맥은 다름아닌 한국 자본주의의 천민화에 대한 우려입니다.

잃어버린 도덕성과 윤리상실, 그리고 실종된 균형감각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이지요.

그렇지 못할 경우 앞으로 고소득-저생활국이 될수 밖에 없습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서 마음대로 쓰겠다"는 게 바로 천민
자본주의화의 골격이라는 박교수는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를 청년기에서
장년기로 넘어가는 적응위기로 진단했다.

막스 베버도 천민자본주의를 자본주의의 물질적 풍요에 미치지 못하는
의식과 행동의 후진성에 기인하는 문제로 규정했다는 설명이다.

"갱년기를 맞는 사람처럼 사회도 장년기에 접어들면서 생활패턴이 바뀌고
책임이 달라지는 적응기를 갖게 됩니다.

그 적응위기에 나타난 문제의 하나가 바로 불균형병입니다.

우리사회에는 밝은 쪽과 그늘진 쪽의 두 얼굴이 있습니다.

대기업, 도심의 빌딩, 마이카시대, 소비문화 등이 전자라면 농촌, 중소
기업, 교통.교육.환경.의료.안전 등을 포괄하는 생활환경은 후자쪽이지요"

이어 박교수는 밝은 쪽과 그늘진 쪽은 그래도 자본주의 단계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사회의식 수준은 아직 농경사회 단계에서 조차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재산및 경영의 세습, 내자식만 사랑하기, 가장 혼자벌기, 배타적 집단주의
등은 농경사회의 문화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밝은 쪽이 국민소득 2만달러에 도달했다면 그늘진 쪽은 1,000달러, 의식
수준은 100달러에 불과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 책은 1장에서 50~60대가 주축이 돼 발전을 주도한 과정과 고충, 위기
등을 소개했으며 2장에서는 세계경제의 구조변화를 담았다.

3~4장은 천민자본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으며 우리사회의 의식구조가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상술한 내용.

5장은 궁극적으로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하는 대안 제시이며
6~7장에서는 윤리와 도덕성의 문제와 21세기에 대한 전망을 실었다.

서울대와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박교수는 금융통화운영위원 한국국제경제학
회장 건설부장관을 지냈으며 "한국경제 성장론" "경제발전론" 등의 저서를
냈다.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