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 한경서평위원회
*** 저 자 : 김세원/안세영
*** 출판사 : 박영사

학문적 배경을 같이하는 스승과 제자가 공동의 연구성과를 내놓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뿐만아니라 스승의 학문적 성과를 제자가 발전적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는
한국적 실정에 맞는 경제학을 뿌리내리게 하는데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사제지간인 김세원교수와 안세영박사의 "산업정책론"은 이러한 면에서
좋은 본보기다.

우선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산업정책을 "시장실패를 보정하거나 동태적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특정 산업활동이나 시장기구에 개입하여
자원배분을 효율화시킴으로써 자국의 산업특화를 목표하는 방향으로 유도
하는 일련의 전략적 산업체계"라고 정의한후, 산업정책의 기본철학과 집행
수단, 그것의 국제분업 질서속에서의 의미를 고찰한다.

또 제2부에서는 현실에서 시장기구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정책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유치산업 보호론부터 전략적 무역정책이론 등에
이르는 다양한 견해들을 균형있게 다룬다.

제3부에서는 이 책의 주된 논의대상인 산업구조 조정정책을 심도있게
다뤘다.

특히 "적극적 구조조정정책"의 관점에서 동태적으로 사회적 자원을 사양
산업에서 유망산업으로 원활히 이전시키기 위해 생산요소 이동성을 높이고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논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WTO 체제 설립을 비롯한 국제 추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앞으로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지원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준아래 시장경쟁을
유도하되, 그 결과가 종국적으로 정부가 의도한 산업구조조정과 연결되도록
해야한다.

또 정부의 지원방식은 유인제도에 기초하도록 하고 금융지원은 축소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 책은 전체에 걸쳐 소극적.사후적 그리고 임기응변적인 영미식 산업정책
보다는 확고한 비전을 바탕으로 적극성을 띠는 일본.유럽대륙식 산업정책을
강조하면서 산업정책이 가지는 국가전략적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근저에는 시장기구의 불완전성과 이에 따른 정부의 역할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국민경제적 이익의 차원에서 동태적 효율성이나 형평을 실효성있게 추구할
수있는 주체는 정부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개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건 변화에 따라 정부의 역할과 개입형태가 어떻게 유연하게
바뀌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은 음미해볼만 하다.

마치 시장기구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규제완화와 시장개방이 무조건적으로
강조되는 현실에서 정부의 역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경제에 균형감각을
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경청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이 책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조정정책을 논의할 때 짚고 넘어가야
할 재벌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게한다.

재벌문제는 더이상 경쟁정책 또는 공정거래정책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총괄적인 산업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재벌문제가 보다 본격적으로 자세히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운찬 < 서울대 교수/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