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들의 사랑방살림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옛 문방
문화전"이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고도사
(735-5815)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문방구들은 주로 선비나 관료층이 애용해왔던 신변용품.

간결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이 서려있는 사랑방물품들에는 사용하던
선비들의 품격이 그대로 배어 있어 옛 선인들의 멋과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지조와 청렴을 으뜸으로 여기고 학문과 덕망을 쌓아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것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던 옛선비들이 늘 가까이 두고
애용하던 문방구들은 남녀와 연령, 생활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을
보여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처럼 다양한 멋과 형태를 띠고 있던 붓과 먹 벼루 등
문방사우를 비롯 연상 서안 문갑 사방탁자 책장 고비 등 옛 선비들이
학문을 익히는데 사용했던 기구 및 가구 200여점이 출품됐다.

출품된 물품가운데 우선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봉투와 서간지, 종이를
꽂아놓던 지통을 비롯 사향과 우황 금분 진주분을 넣어 멋을 더한 먹,
도기와 대나무로 만든 다양한 모양의 붓들이 눈길을 끈다.

설화문 쌍용설화문 포도문 매죽문 등용장생문 등 현란한 문양과 함께
기능성도 뛰어났던 벼루들도 볼거리.

또 독특한 무늬를 넣어 만든 목재와 석재 죽재필통과 연화문 운학문
사슬문 죽절문 등 가지각색의 문양을 수놓은 청화백자 및 백자투각필통
등도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밖에 산수문을 새겨넣은 청화백자연적과 해태 새 두꺼비 금강산 나비
주전자모양을 띤 다양한 청화 및 분청연적들이 선보이고 있다.

오동나무 피나무 등으로 만든 서류함과 책궤 책문갑 조각책상 사방탁자
책탁자장 팔걸이 등도 평소에는 보기 힘든 물품들.

이밖에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자개함과 백동촛대 및 놋쇠등잔걸이
백동화로 안경집 등도 전시되고 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