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매체환경의 변화는 미디어속 여성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또 매체에 관한한 수동적이고 변두리에 머물러 있는 여성의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여성의 권리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아.태지역에서 대중매체를 통해
바람직한 여성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아.태지역 여성 언론학자들이 이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권태준) 주최로 5~7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리는 "여성과 미디어에 관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심포지엄"이 그 자리.


"변화하는 미디어환경과 여성"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심포지엄에서
이경자 경희대교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묘사"를 발표한다.

박명진 서울대교수는 "장벽과 변화", 인도의 우바시 부탈리아씨는
"수동적 소비자로서의 여성역할에 대한 도전", 강경화 국회의장실비서관은
"여성과 미디어분야에서 아시아지역 국가들간의 미래협력"을 각각
발표한다.

이들의 발표문은 공통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미디어환경은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영상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지만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힌
미디어의 묘사는 여전하고, 이 분야 여성인력의 비율도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

이경자 교수는 드라마 광고 뉴스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을
수동적.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상품화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명진 교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할리우드등 선진국에서 생산하는
폭력.섹스물이 전세계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지배적인 고정관념이 보다
세계화됐을 뿐이라고 말한다.

부탈리아씨도 각종 소비광고와 영상물이 아시아 빈민여성들의 그릇된
소비를 조장함으로써 자녀교육에 투자해야 할 저축액이 감소했으며,
다국적기업들의 진출에 따라 여성취업이 늘어났지만 전체비율로는 과거와
다를 바 없고 핵심간부로의 진출도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힌다.

이들의 대안도 비슷하다.

과거처럼 미디어분야의 불공정성에 대해 비판하거나 공권력에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지적한다.

상업성이 공공성을 대치하는 경향이 짙어가는 미디어현실을 인정하고
미디어모니터활동 등 소비자운동을 활발히 전개, 저항해야 한다는 것.

또 여성언론인들이 국내외적으로 연대를 강화해 발언권을 높이고,
여성단체들이 주도권을 갖고 대안적 미디어를 창출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주제발표자들은 여성들이 각종 미디어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
다원적인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편 김양희 여성개발원책임연구원 박영혜 박인찬 숙명여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가한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