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이병호사장(31)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그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임과 동시에 교육자다.

어찌보면 그의 이런 "야누스"적 기질이 오늘의 원더랜드를 키워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린이전문 영어회화학원 원더랜드는 대치동에 1호 학원을 낸지
3년도 채 못돼 학원수가 26개로 늘었다.

이들 학원마다 어린이들을 집어넣으려는 학부모들이 줄을 서 있다.

체인점을 낼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전화도 끊임없이 걸려온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어린이영어학원 붐속에 원더랜드가 이같이
우뚝 설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바로 이병호사장의 한발 앞선 교육정신이다.

주먹구구식 교육을 벗어나 제대로 된 어학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겠다는
그의 뜻이 지금의 원더랜드를 만들었다.

처음 원더랜드를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어리둥절하게 된다.

거실 침실 욕실 세븐일레븐 맥도널드 헐리우드 쥬라기공원..그러나
놀이공원은 아니다.

바로 원더랜드가 자랑하는 상황교실이다.

실제 모습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모습에 어린이와 부모들은 깜빡
넘어간다.

교실을 "지루한 공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외국인
교사와의 자연스런 대화속에 살아있는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사장은 이같이 획기적인 상황교육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장안에
일대 화제를 일으켰다.

이를 모방한 어린이영어학원들도 잇따라 생겼다.

이사장이 젊은 나이에 대규모 학원체인을 거느린 "사장님"이 된데
대해 "빨리 성공했다""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것이 결코 빠른 성공이 아니다.

그가 처음 학원업에 손댄것은 88년.

벌써 8년전의 일이다.

한양대 법대에 재학중이던 스물넷의 나이에 신림동에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소규모 입시학원을 냈다.

그가 학원을 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본인이 워낙 가르치는데
능숙했기 때문.

아르바이트로만 하기에는 재주가 아깝다는 주위의 말에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고 누구나 학원을 차리는 것은 아니다.

그가 일찌감치 "사업"의 세계에 뛰어든 것은 내 길을 빨리 찾아야겠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4형제중 그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이 모두 서울대에 입학, 남모를
열등감을 갖고 있던 그는 일찍이 자기자리를 찾아 대학에 대한 일종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했던 것.

입시학원이 성공을 거두자 그는 90년에 외국어학원을 차려 사업규모를
확장했다.

대학생과 직장인사이에 불던 외국어회화공부바람에 편승한 것.

그때 그는 한국의 외국어교육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주먹구구식의 프로그램, 자격증없는 강사등 체계적이지 못한 외국어
교육에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그래서 건너간 곳이 미국.

ELS등과 함께 미국 3대 외국어학원으로 꼽히는 ALA(American Language
Academy)의 본사와 각 학원을 돌며 몸으로 그들의 운영시스템을 익혔다.

그가 어린이영어교육에 눈을 돌리게 된 것도 그 때다.

그들의 주니어어학교육프로그램에 깜짝 놀랐던 것.

실제 무대를 그대로 옮겨놓는 생생한 상황교육에 반해 이를 국내에서도
실현시켜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로부터 외국어학원에서부터 생사고락을 같이하던 동료직원 5명과
연구팀을 결성, 1년간의 프로젝트작업끝에 원더랜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만약에 처음부터 손익계산에만 치중했다면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당시 주위에서 원더랜드의 화려한 교실과 비싼(?)강사진을 보고
과투자라고 떠들던 우려와 비웃음의 소리를 떠올리며 하는 얘기다.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바른 영어교육을 시키겠다던 나의 고집이
통한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철저한 교육자정신이 결국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얘기다.

지금 그는 성공한 학원사업가로 불리고 있지만 그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끊임없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 다음달 "스토리월드"라는
읽고쓰는 영어교육방식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또 "원더랜드"를 상표화하여 팬시용품 문구 의류 잡화등 키즈마켓의
모든 분야에 진출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21세기를 짊어질 정도경영의 젊은 사업가 이병호씨는 "지금은 겨우
시작입니다"라며 웃는다.

<권수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