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

인생은 돌고 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도 찾아들고 나쁜 일에 고민하다보면 어느새
기쁜 일을 마주하게 마련이다.

두산인재기술개발원 과제개발부문 최혁준박사(33)는 그러나 앉아서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인생유전의 고리를 좋은 쪽으로만 연결시키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을
멈추는 일이 없다.

이러한 자세는 기업연구소에서의 바쁜 틈을 쪼개 올해 박사학위(연세대)를
따내고 개발원이 자체수익사업으로 추진해온 연구과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데 원동력이 됐다.

그가 수행해온 연구과제는 지질제품의 고순도 분리정제및 미세캡슐화기술
개발.

EPA DHA등 고도불포화지방산을 어류로부터 추출, 고순도로 분리.정제한뒤
미세캡슐로 싸는게 이 과제의 골자.

이들 고도불포화지방산은 고혈압 고지혈증등 각종 순환기계 질환이나
치매치료를 위한 신약으로도 개발중인 생리활성물질.

자연계에는 10~20%정도로 순도가 낮은데다 상온에서 2~3시간 정도면 산패돼
독성물질로 변하는 단점을 안고 있어 의약품원료로 쓰기 위해서는 고순도
분리.정제와 미세캡슐화가 필수적인 물질이다.

지난 93년부터 1년간 일 통산성 산하 물질공학연구소에 파견돼 연수를
마친뒤 이 과제를 떠맡은 그는 서강대 화공과 결정화연구실과 미국 캐나다의
연구소및 업체와 공동으로 2년만에 마무리지었다.

결정화기술을 응용, 순도 95%로 정제한 지방산을 10 크기로 잘라 고속분사해
산소투과성이 낮은 물질로 코팅처리하는데 성공한 것.

고순도 지방산을 미세캡슐화한 예는 선진국에서도 아직껏 없어 노하우가
노출되지 않도록 특허출원도 꺼리고 있는 앞선 기술이 접목됐다.

개발원은 전북 익산에 짓고 있는 공장을 이달중 완공, 대량생산에 나설
예정이어서 시장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 과제수행의 성공을 토대로 앞으로 이들 지방산의 순도를 99.9%까지
높이는 한편 각종 유용물질의 성분을 분자단위로 추출, 미세캡슐화하는
기술도 완성하는등 신약개발의 토대를 다진다는 각오이다.

"연구원생활을 하다보면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빠듯한 연구비
에 사업감각까지 발휘해야하는 민간연구소의 연구원은 특히 더하지요. 논문
쓸 시간조차 없이 뛰어다녀야할 때가 많아요"

그는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풀어낼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대한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또다른 성공을 예고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