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연방의회, 주의회, 시의회 등 각급
선거에 한인 후보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참여, 뿌리내리는 이민사회
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사회복지개혁과 이민규제법 등 한인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연방차원의
결정이 잇달아 내려지면서 교민들의 정치의식이 고조되고 있어 이들의
출마는 교포사회의 위상정립이라는 차원에서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방하원의원 3선을 노리는 김창준의원과 오리건주 상원의원 재선에
도전하는 임용근의원, 오렌지 카운티 가든그로브시의원 재선활동에 나선
정호영 부시장, 오렌지 카운티 풀러턴시 시의원 재선을 위해 뛰고 있는
한국 화교출신 줄리 사의원 등은모두 지금까지의 의정활동 실적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의 재신임을 얻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지난 90년부터 하와이주 하원의원을 연임했던 재키 양씨는 지난 94년
부지사선거의 패배를 딛고 이번에는 주상원의원으로 출마, 이미 안정권
투표를 확보했으며 캘리포니아주 46지역구에서 처음 출마하는 김기현변호사
는 6선의원인 민주당 경쟁후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주 시애틀시에서는 이민 3세 여성인 마사 최의원이 뛰어난 의정활동
으로 지지기반을 다져 놓은 상태이고 역시 워싱턴주 쇼어라인시의원으로
진출한 한인 1.5세 여성 이승영의원(27)도 정계입문 초년생으로 재선을
노리고있다.

이중 캘리포니아주 41지역구에서 세번째로 연방하원에 출마하는 김창준
의원은 출마지역이 압도적인 공화당 우세를 보이는데다 여론조사에서도
상대후보에 비해 65대 35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과거
두 차례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압승을 낙관하고 있다.

그는 한때 한국 기업들의 불법기부금 문제로 곤욕을 치렀으나 이미 지난
94년 선거에서 재선됨으로써 유권자들의 신뢰를 확인했으며 해당기관의
조사도 이미 일단락돼 며칠 안 남은 선거일까지 그동안의 의정활동을 홍보
하는 책자배포, 단체중심의 유세로 표를 다진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오리건주 상원의원(11지구) 재선에 나선 임의원은 소속당인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으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 굳이 선거를 앞두고
유세의 필요조차 느끼지 않고 있는 특이한 사례.

민주당에서는 아예 후보를 내세우지 않았고 군소정당인 사회당과 자유당
에서 경쟁자가 나오긴 했지만 임의원은 오리건주 사회복지개선, 민사소송법
개정, 태평양경제회의 결의안 등을 통과시키는 등 의정성과를 바탕으로
주상원에 그치지 않고 98년 연방상원선거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한인 밀집지역인 가든그로브시의원 재선운동에 나선 정호영씨는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약 7천가구를 직접 방문,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전통적
으로 공화당우세인 주민 성향에다 그동안의 성실한 시정활동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풀러턴시의 줄리 사 시의원은 이곳 한인 유권자들로부터 열성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여성으로 재선을 자신하며 막판 지지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와이주에서 주상원에 출마한 재키 양씨는 지난 90년부터 하와이주 하원
의원을 연임한 한인 3세 여성.

민주당 지지를 받고 있는 양씨는 지역성향이 공화당 우세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명망이 높고 활동을 인정받아 당선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이밖에 캘리포니아주 46지역구에서 주하원후보로 출마한 김기현변호사는
6선의원인 민주당의 루이스 칼데라 후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한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차이나타운 등의 후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지난 92년 선거에서 주하원의원으로 뽑혔던 워싱턴주의 신호범씨는
지난 9월 실시된 민주당 부지사 후보지명전에서 상대후보에게 1% 안팎의
근소한 표차로 뒤져 후보에서 탈락한 뒤 대학교수직으로 되돌아갔다.

16세까지 부랑아로 거리에서 떠돌다가 6.25전쟁이 터지면서 미군의
하우스보이로 들어간 뒤 미군 군의관에게 입양돼 18세에 미국에 온 신씨는
그때까지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무학의 처지였으나 그후 초인적인
노력으로 학업을 계속, 워싱턴대학에서 동아시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