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덕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이탈리아 섬유산업은 전체제조업 부가가치생산액(92년)의 13%, 수출(95년)
의 약12%를 차지하고 있으며 섬유무역 흑자규모는 1백52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중 섬유제품산업은 매출액이나 수출규모면에서 전체 섬유산업의 절반이상
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규모면에서 한국의 2~3배에 달하고 있으며 종업원 1인당 매출액규모도
2배나 더 많다.

한편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면 이탈리아는 85년에 10.9%에서 94년에는 9%로
다소 하락한 반면 한국은 동기간에 9%에서 4%로 무려 5% 포인트나 감소했다.

수출단가를 비교해보면 이탈리아는 95년 현재 t당 4만4천달러인 반면
한국은 t당 1만4천달러로 이탈리아제품의 3분의1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한국에 앞서 있는 이탈리아 섬유제품산업의
경쟁력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우선 다양한 소비자 욕구에 대응할수 있는 다품종 소량방식을 들수 있다.

이탈리아는 1개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품목생산이 가능한 낱장작업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방식은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스타일마다 공정순서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반면 한국은 1개 생산라인에서 5장작업이 가능한 번들유닛 시스템으로
생산품목이 한정되어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종업원 20인미만의 중소업체가 전체의 95%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다양한 소비자욕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탈리아제품은 패션.디자인면에서 세계일류 수준이며 해외인지도
역시 남성정장복 등은 세계 최고급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패션.디자인 수준은 외국제품 모방에 그치고 있으며
품질도 중급품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디자인의 다양성및 독창성은 각자 자체 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는 많은 중소업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탈리아 염색.가공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수준인 반면 한국은
이탈리아의 70~7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탈리아 염색.가공업체수는 약 2천개로 타섬유분야와 마찬가지로 20~50인
이하의 소규모 기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이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제품의 전문화및
오랜 경험 등을 통해 독특한 기술과 노하우를 한가지씩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관련업계와의 협력관계를 보면 이탈리아는 소재 메이커, 디자인
하우스 등과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즉 제품개발시 관련업체와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제품의 품질향상은 물론
이고 다양한 소비자욕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소재나 의류완제품 개발시 관련업계와의 협력이 미흡한 실정
이다.

앞으로 한국 섬유제품산업의 발전방향은 제품의 고급.고부가가치화를 위해
고감성패션 섬유소재, 염색.가공, 패션.디자인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
하는 한편 수출 마케팅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섬유소재나 염색.가공업체 등 협력업체와 온라인 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수.발주 업무처리 등 다양한 소비자 수요에 신속히 대응(퀵 리스폰스)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탈리아의 베네통, 스테파넬 등과 같은 유명브랜드 육성을 위해서
는 업종 전문화와 함께 기업가의 확고한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