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회사들이 첨단 차세대 반도체 개발경쟁에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소식은 세계 반도체경기의 회복조짐과 함께
일대 랑보가 아닐수 없다.

삼성전자가 세계최초로 1기가(10억) D램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은
21세기 메모리반도체시장도 한국이 주도할 수 있음을 확인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기가 D램이라고 하면 94년에 개발된 256메가D램보다 4배의 성능을
갖는 21세기형 대용량메모리반도체로 5.7평방cm 크기의 칩속에 신문지
8,400장 분량의 정보를 저장할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나올 전자제품의
초소형화에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될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미국 일본등 반도체선진국들을 제치고 256메가D램에 이어 이번에
또 기가D램까지 세계최초로 개발해냈다는 것은 적어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을 세계최고수준으로 올려놓는 쾌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바로 1주일 전에는 LG반도체가 서울대와 공동으로 연구소를 설립해
기가급용량의 1,000배에 달하는 테라급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우리반도체업계의 지칠줄 모르는 신기술개발의욕을 대내외에
과시한바 있다.

세계 반도체시장의 흐름이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21세기에도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고화질 TV나 동영상처리 위성방송 쌍방향통신 개인정보통합카드
전자화폐등 메모리 반도체의 이용분야는 앞으로도 거의 무한하다고
할수 있다.

최근의 반도체불황을 겪으면서 국내회사들은 경기를 덜 타는 비메모리
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의 반도체 투자가 메모리일변도임에 비추어 바람직한 현상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메모리분야에서 누려온 비교우위를 보다
확고하게 굳히는 일도 비메모리투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행히 최근 반도체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데 이어 세계반도체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하강과 수출부진으로 침울한 분위기에 싸여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볼 때 수출주종품인 반도체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비길데 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국내반도체업계는 최근의 불황기를 거치면서 스스로의 취약점을
뼈저리게 체험했으리라 믿는다.

호황기분에 들떠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가경제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했다는 비난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반도체회사들이 경기하강국면에서도 투자의욕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개발투자를 계속했기에 오늘날의 빛나는
성과를 거둔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반도체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통용될 수 있는 값진 교훈이다.

특히 불황속에서 이루어졌기에 더욱 값져보이는 삼성전자의 이번
기술적 개가가 한국반도체산업의 "제2의 도약"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