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지도자의 권력은 제한돼 있다"

미국대통령은 "세계에서 제일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으로 불리지만 최근
수년간 밖으로는 냉전종식, 안으로는 의회역할 증대로 미국대통령의 권력은
점차 축소돼 왔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의회는 특히 국내정치면에서 여전히
대통령보다 우세한 입지에 서게될 것이고 대외관계와 관련해서도 옛 미소
냉전구도와 같은 긴장된 대립상황은 예견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대통령이
막강한 힘을 구사할 기회는 별로 없을 것이다.

냉전시대에는 동서양진영의 핵대결 위험성 때문에 미국대통령의 힘이 점점
강해졌으나 구소련의 해체로 결과는 그 반대가 되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관계를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정치학교수 새뮤얼 팝킨은 "미대통령 권력의 축소추세는
조지 부시대통령 집권당시 걸프전 때문에 잠간 주춤했으나 곧 다시 평시
패턴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미국헌법은 대통령에게 제한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사이에 견제와 균형 관계가 유지되도록 돼 있다.

팝킨교수는 대통령은 강한 존재가 아니라면서 "미국대통령이 강하게 보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반대당이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5년공화당이 개혁조치를 너무 세게 밀어 클린턴과 대결국면을
조성, 세차례나 부분적인정부업무 중단사태를 초래함으로써 클린턴에게
공화당 계획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통해 자신을 미국 가치관의 옹호자로
부각시키는 기회를 허용했었다고 지적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외교면에서는 의회보다 우위에 있으나 요즘의
외교정책은 곧 통상정책이고 통상정책이란 항상 이견을 수반하는 것이므로
냉전시절과 같은 결집된 정책수행은 기대할 수 없다.

클린턴의 외교정책도 미국의 수출을 부추기는데 집중되고 있다.

냉전때 같으면 대통령이 국익을 내세워 의회를 공격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특권은 제한돼 있다.

예를 들면 클린턴이 보스니아에 군대를 파견하기로 결정은 할 수 있으나
의회가 파병에 따르는 예산을 거부함으로써 이 결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대통령의 소속당과 의회다수당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의회가
사사건건 대통령에게 시비를 걸 수 있다.

쿠바, 이라크,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점점 강경해지는 것도 공화당
주도하의 의회와 무관하지 않다.

클린턴이 재선될 경우 그의 2차 임기는 "레임덕"을 향해 접근하게 마련
이므로 그의 힘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스티븐 헤스 연구원은 2차임기를 보내는 대통령의 마지막
2년은 가속도가 붙는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