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 유세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지난 10월18일 오전 11시.

전장 거래를 끝낸 도쿄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졌다.

자민당 승리 예상과 거인(자이언츠)의 일본시리즈 진출 등을 이유로 니케이
평균이 365엔이나 오르면서 전고점(2만1,556엔, 9월30일)을 돌파한 것을
자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의 박수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장들어 차익매물 압력에 못이겨 상승폭이 크게 줄어든채 장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틀후 총선에서 자민당이 승리를 낚았음에도 주가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총선 재료는 이미 반영된데다 자민당이 승리했어도 크게 기대할게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새 정권에서 토지완화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로 상승을 주도했던 부동산
관련 주식들도 일제히 하락으로 반전됐다.

일본 주식시장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버블이 꺼진 지난 90년 중반부터 6년동안 2만엔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다.

그것도 "PKO (Price Keeping Operation)"라는 주가 지지정책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라는 비웃음을 받고서.

지난 6월26일 올해 최고치(2만2,666.8엔)를 기록, 긴긴 터널을 뚫고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아직은 꿈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로 드러났다.

1/4분기중 12.2%(연율)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이 2/4분기에는 마이너스 2.9%
로 뚝 떨어진데 따른 것이다.

3/4분기에도 뒷걸음질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한 편이다.

"경제성장의 "20년 반감법칙"에 따라 일본 경제는 지난 93년부터 2010년
까지 18년간 성장률이 2.0%에 머물 것"이며 "이런 성장률 아래선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나이토 나쇼날증권 상무)는 설명이다.

단기적으로도 그동안 경제성장을 떠받쳤던 공공투자 규모가 대폭 줄어드는
게 불가피하다.

자민당이 총선직전 부랴부랴 5조엔 규모의 공공투자안을 제시했지만
92~95년중 46조엔이 투입됐던 것과 비교할때 새발의 피다.

기업실적이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대장성과 일본은행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올해 실적 목표치를 낮춰잡고 있다.

지난 6월에 실시된 96사업연도(96년 4월~97년 3월)중 경상이익 증가율
예상에서는 제조업 경상이익이 15.36%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었다.

그러나 9월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13.1%로 떨어졌다.

석달새 실적전망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주가를 결정하는 기본요소(Fundamentals)인 경기와 실적이 모두 하강곡선인
셈이다.

여기에 그동안 유일하게 일본주식을 사왔던 외국인들이 관망 내지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6월까지 3조7,700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7~8월에는 3,000억엔 정도를 순매도했다.

9월에 다시 소량의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10월 둘째주에는 다시 내다팔았다.

"외국인들은 지난 2년간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내다파는 가운데서도 "언젠가
는 일본기관들도 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줄기차게 사들였으나 이제는
회의를 갖게 된 것"(시모무라 다이이치투자고문 사장)이다.

NTT(일본전기통신) JT(일본담배) JR동일본 JR서일본 등 공기업 민영화과정
에서 거액의 손실을 본 개인들의 시장이탈도 심화되고 있다.

개인투자자 비율이 10%대로 뚝떨어져 있다.

생명보험 은행 투신 등 버블기에 주가상승을 부채질했던 기관투자가들도
주가하락기엔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내다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성장 실적 수급 등 주가결정의 3박자가 모두 가부토초를 짓누르면서 일본
증권업계는 주식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연말에 니케이평균이 1만8,000엔까지 하락할 것(이치카와 크레디리요네증권
도쿄지점)이라는 비관론이 그것이다.

긍정론이라고 해봐야 2만4,000엔 정도다.

대부분은 2만2,000엔 안팎에서 지리한 옆걸음질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상승을 위해선 자이언츠가 승리해야 한다는 "희망"까지 나오는
가부토초.

터져버린 버블을 딛고 다시 도약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