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괜찮아지는구나 싶었더니 또다시 정치논리가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그렇게 반대하던 사회간접자본(SOC)채권을 느닷없이 수용
했다.

자금출처조사면제와 무기명거래 허용등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재정경제원의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분리과세용 SOC장기채권은 자금조달에 실효성이 없고 종합과세에
예외만 늘어날뿐"이라는 그동안의 "소신"을 포기한데 대해서는 아무말이
없었다.

정책담당자들은 절묘한 타협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금융계에서는 25% 분리과세가 가능한 10년짜리 산업금융채권에 대한
수요가 거의 끊긴점을 예로들어 금리를 크게 높이지 않으면 새로 허용되는
SOC채권은 유명무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금리를 크게 높여 자금을 끌어모은다면 이미 크게 뚫려있는 금융
소득종합과세의 허점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실효성이 "있어서도 안되고 없어도 안되는"일을 해버린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권의 압력을 못견뎌서다.

사례는 또 있다.

새마을운동단체중앙협의회등 관변단체에 대한 내년도 예산지원액을 올해
40억원에서 1백1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기금신설억제원칙에도 불구하고 1백억원규모의 여성발전기금을 신설키로
한것은 내년도 대선을 염두에 둔 여당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경직성경비증가를 억제하겠다"는 당초의 예산편성원칙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방위비는 지난해보다 1조5천여억원이 늘어났다.

정치와 경제논리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것이 무의미하기는 하다.

하지만 굳이 정치와 경제를 가르자고 하는것은 둘이 엉켰을때의 부작용
때문이다.

왜곡된 경제논리는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긴다는 얘기다.

경제가 정치에 떠밀려다니는 사이에 정책의 신뢰성과 경쟁력강화는 점점
멀어지고 만다.

김성택 < 경제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