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런 = 임혁기자 ]

영국 남부해안에 자리잡은 대우자동차의 "워딩 테크니컬 센터".

이곳의 8백70여 임직원들은 요즘 한국의 자동차산업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땀을 쏟고 있다.

에스페로의 후속모델인 J-100개발완료가 임박한 것.

내년초에 선보일 J-100은 국내 자동차업체가 "해외 연구소에서 개발한
1호차"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대우의 "자동차 세계경영"이 생산.판매뿐 아니라 개발분야로까지
확산되는 셈이다.

대우는 워딩연구소에도 독일 뮌헨에도 연구소를 갖고 있고 이태리의
"이탈디자인" 미국의 "ETA"등 세계적인 자동차 연구소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대우는 특히 이들 연구소간에 위성통신을 이용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각 연구소들의 성과와 정보를 신속하게 교환케함으로써 연구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우가 이처럼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92년 GM과 결별하면서 부터.

당시 대우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대에 불과했고 김우중회장은 "대우가
독자적으로 세계자동차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연간 2백만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2백만대를 어떤 차종으로 생산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설비면에서 2백만대 생산능력을 갖춘다해도 다양한 차종을 갖추지 못하면
팔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단시간내에 최다차종을 확보하는 것".

이 목표를 위해 대우가 선택한 방법이 해외연구소 인수 였다.

때마침 영국의 유력 자동차연구소였던 IAD사가 부도를 내면서
산하연구소중 워딩연구소가 매물로 나왔다.

금상첨격으로 워딩연구소의 컴퓨터 시스템은 대우자동차 부평연구소와
같은 기종이어서 대우로서는 더 없이 적합한 인수대상을 만난 셈이었다.

또 워딩에서는 과거 피아트의 Tipo,Volvo 440,기아자동차의 세피아와
크레도스등 승용차를 비롯,마즈타의 스포츠카와 기아의 타우너 같은
상용차까지 개발한 경험이 있었다.

"결국 이 연구소 하나를 인수함으로써 단번에 승용차부터 상용차까지
설계능력을 확보한 것이다"<박준철 워딩연구소이사>

이렇게 해서 94년 1월에 인수한 워딩연구소에서는 현재 J-100외에
티코후속모델인 "M카"와 아카디아 후속모델인 "A카", 그리고 소형상용차
2개 모델의 개발을 추진중이다.

또 독일 뮌헨연구소에서는 주로 엔진분야의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의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는 독일 뮌헨연구소가
엔진개발을 맡고 부평연구소와 워딩연구소는 차체개발을 맡는 식으로
업무분장이 돼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