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용회장이후 태광그룹의 후계구도는 어떻게 짜열질 것인가"

태광그룹은 6일 고 이임용회장의 장례식을 끝내고 장례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웠던 임직원들이 속속 업무에 복귀하는 등 서서히 정상을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내 재벌그룹 가운데 내실경영의 대명사로 통하는 이 그룹의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 이회장은 태광 창업이후 타계할 때까지 경영전반을 총괄해 왔기 때문에
이회장의 갑작스런 타계에 따라 그룹 전반적인 경영구도의 변화가 불가피
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태광측은 "그룹경영구도에 관한 한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태광의 후계구도와 관련, 다음과 같은 세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당분간 이회장의 처남인 이기화태광산업사장이 경영을 맡는
과도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사장이 경영을 맡아 나름대로 "살림"을 잘 꾸려 왔기 때문에
그룹이 안정국면에 이를 때까지는 기획력과 추진력을 갖춘 이사장이
상당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사장의 과도 경영체제는 이회장의 장남인 이식진태광산업전무(48)가
그룹을 이끌만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때까지 이어지리라는 것.

다음으로 "이식진회장체제"의 조기 가시화다.

우리기업의 전통적인 승계양식인 장자상속을 고려해 볼 때 이회장체제가
올말쯤 전격적으로 출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회장의 부인 이선애여사가
동생인 이사장보다는 장남인 이전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예측이다.

마지막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이기화사장의 과도체제를 거쳐 그룹이
제조업과 금융업으로 분리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계열사가 몇개이냐"는 외형보다 "얼마나 수익을 내느냐"는 내실을
중시하는 태광의 성격을 고려해 볼 때 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럴 경우 제조업분야는 장남인 이전무가 맡고 금융등 소프트분야는
3남인 이호진흥국생명상무(40)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울대상대와 뉴욕대 박사과정을 거쳐 흥국생명상무로 재직하면서
보여온 이상무의 업무추진력과 사내 인기 등을 고려할 때 이런 가능성은
더 커진다.

하지만 태광은 우선 내년 사업계획을 새로 짜야 하는 등 "본연"의
업무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후계구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손상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