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폭락하자 투자자들의 눈길은 정부의 시장대책에 쏠리고 있다.

과연 어떠한 조치들이 나오고 "약발"은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증권당국에선 정작 묘책이 떠오르지 않아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통주 매각이나 금융기관 증자특례 인정 등으로 가뜩이나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아온 터라 섣불리 움직이기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급기야 정부는 갖가지 방안들을 흘리거나 산하기관들의 "대변인" 발표를
통해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은 금융기관 특례증자 허용을 유보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상장사들의 증자요건을 강화하면서 3년간 평균배당금이
300원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만 증자를 허용하되 금융기관에 대해선 예외규정
을 적용키로 했었다.

또 주식과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시장이 위축되면 기업
들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금리상승이 우려된다.

때문에 통화당국은 RP(환매채) 방식으로 금융권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
금리안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증권당국은 주식매수여력 확대를 위해 KF(코리아펀드)의 자본금을
내년초에 2억달러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들이 자금을 빌려 투자자들에게 신용을 대주는
유통금융 지원규모도 6일부터 2,000억원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한통주도 오는 11월 중순에 5,000억원만 예정대로 매각하고
나머지 3,000억원은 내년으로 연기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증권업협회에서 각 증권사들에게 매도자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연기금들의 주식투자 제약조건들도 완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각종 처방전들은 당장 시행되는 것도 있고 순차적으로 이뤄질 사항
이 있는가 하면 불발에 그칠 사안도 있다.

어쨌든 정부나 증권당국의 이같은 부산한 움직임이 일단 불안한 투자심리를
잠재우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단기적인 투자심리 안정조치가 나중엔 보다 큰 짐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9월에 실시된 2부종목에 대한 신용허용조치가 최근의 신용압박사태를
불러왔듯이 유통금융 지원규모 확대조치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당장은 신용매수세를 부추길는지 몰라도 자칫하면 2-3개월 후엔 또다시
"투기장세"의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금융기관 증자특례만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고쳐야지 일단 넘기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할 사안은 아니라는 주문이다.

언제 다시 장세가 살아나면 유야무야돼 시장을 짓누르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투자자들의 울분도 바로 그점에 있다.

폭락에 울고 조치에 또 울어야 하는 처지라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시장을 건전하게 살리는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손희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