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향순속이란 말이 있다.

"한 마을에 가면 그 마을의 풍습에 따르라"는 말이다.

서양에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한다"는 말이 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생각은 비슷한 모양이다.

말은 좀 달라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곳의 풍습에 동화되는게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말은 단순히 지리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단 주변환경이 바뀌고 풍습과 문화가 변할 때 재빨리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의 논리가 강하다.

이는 어느 사회 어떤 조직이건 동화될 줄 모르고 물위의 기름처럼
유리되는 사람은 도태되고 만다는 뜻도된다.

또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은 전체의 화합을 깬다는 교훈적
의미도 담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경시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혼자만 잘나고 고고한 척하며 동료를 비하하는
이도 적지않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만의 가치기준과 잣대로 모든것을 판단하는 이기적인
태도다.

조직에서 고립되기 쉽다.

어울리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낙오자가 될 수 밖에
없다.

"풍습"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기업들은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적응키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군살을 빼는 등 경영혁신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에따라 조직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근무하던 부서가 갑자기 없어지는가 하면 30대 이사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어제의 부하가 오늘의 상사가 되기도 한다.

조직개편으로 철저한 팀제와 담당제가 확립되면서 그나마 중간 간부들의
위안이 되던 결재권마저 없어져 버린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일할 맛이 안나게 돼 있다.

쉽게 친숙해지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급변한는 환경에 적응키 위해 몸집을 줄여가면서 근로자들은
새로운 변화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적자생존의 시대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 우리는 협동체적 본능과 의지로써 적응해
나가야 한다.

근로자는 달라진 환경을 무시하고 푸념하고만 있지는 않은지 기업은
현재의 수준에 자만하고 빠르게 달라져가고 있는 경쟁자들은 경시하고
있는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어진 환경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스스로를 보듬고 추스려 우리가 가진 의지로서 적응해 나갈때 현실은
우리것으로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