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을 겨냥하라.

에너지절약을 상품으로 내놓는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Energy Service
Company)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이에따라 에너지절약산업도 하나의 업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전환을 엿보게 해주는 징후이기도
하다.

에너지절약전문기업들의 사업메커니즘은 다소 생소한게 사실.

하지만 단순화시킬 수 있다.

먼저 단순개념에서 본다면 전력효율을 높이기 위해 낡은 조명기구나
전열기등을 교체하는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시설업체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특정 기관이나 건물에 대해 에너지절약 시설투자를 자기 자금으로 먼저하고
사후관리까지 해주면서 일정기간동안 투자결과로 얻어지는 에너지비용
절감액을 받아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기업형태는 이보다 조금 발전된 개념.

후자가 실질적인 ESCO이다.

이 경우 에너지과소비업체로서는 자금부담이 전혀 없고 관리운영책임도
지지않으면서 에너지 절약이익을 누리게 된다.

우리의 입장에선 ESCO가 국가 경제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기업들의 에너지 과소비를 막아 무역수지의 균형을 도모해 준다는 점에서다.

에너지값이 쌀 경우 비용측면만 따지자면 설비투자를 통한 에너지절약보다
에너지 과소비가 유리할 수 있다.

이때 기업들이 에너지 과소비를 일삼는다면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무역수지 악화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ESCO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에너지 과소비도 막고 무역수지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우리나라의 ESCO 등록업체는 모두 9개.

이중 시조는 30여년동안 삼성그룹 건물관리를 해오다가 에너지 절약사업에
나선 중앙개발이다.

지난 93년 6월에 ESCO 1호로 등록을 마쳤다.

93년에는 중앙개발 이외에도 벽산개발 삼영설비 삼성중공업이, 94년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태일정밀이 ESCO로 등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등록업체가 하나도 없었고 올해들어 엘지산전 라이텍전자
ECI등 3개사가 새로 등록,ESCO는 모두 9개사가 됐다.

93년과 올해에 ESCO 등록 숫자가 늘어난 현상에는 정부의 정책이 반영돼
있다.

통산부는 지난 92년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ESCO의 근거를 만들었는데
이로인해 93년엔 등록이 활발했다.

또 올해 등록업체수가 늘어난 것은 "내년부터 공공부문에 에너지절약
성과배분 계약제도를 실시하겠다"는 통상산업부의 발표가 기폭제가 됐다.

이 제도는 에너지 절약 잠재력이 큰 공공건물과 ESCO를 연계시켜 ESCO가
시설투자를 하고 거기서 생기는 에너지 절감액을 서로 배분할수 있게 계약을
체결토록 한다는게 취지.

그동안에는 에너지절약시설 투자로 얻어지는 공공기관의 이익을 ESCO에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이 예산회계법상 없었다.

전기요금의 경우 한전에 지급토록 제한돼 있고 ESCO가 투자해서 얻은
절감액을 ESCO가 되가져 갈 근거가 없었다.

바로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따라서 시장확대에 대비, 에너지절약 사업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ESCO로
미리 등록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우기 통산부는 ESCO의 투자비용을 절감해 주기 위해 에너지이용합리화
자금을 마련, 연리 5%의 저리로 건당 최고 50억원까지를 융자해 주고 있다.

시설투자때 필요한 목돈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통산부에 따르면 9개 ESCO중 아직까지는 중앙개발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태일정밀이 사업실적을 거두고 있다.

중앙개발의 전략상품은 값싼 심야전력으로 얼린 얼음을 낮시간에 녹여
냉방효과를 얻는 빙축열시스템.

삼성중공업은 용인자연농원에, 삼성엔지니어링은 무주리조트에 열병합발전
설비를 설치한 실적이 있다.

태일정밀은 에너지 절약 상품판촉이 활발한데 재래식 설비를 고효율의
최신 시설로 바꾸는 서비스를 가지고 15개 시도와 부산경성대에 적용, 좋은
효과를 거뒀다.

그동안 실적이 없던 곳들도 내년에 대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ECI의 경우 건물이나 공장등에서 제작공정과 관계없는 에너지사용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시장 개척중이머 나머지
ESCO들도 물밑에서 공공기관 접촉작업을 벌이고 있다.

향후 에너지절약산업의 전망과 관련, 우리나라 도시들이 서서히 장년을
맞고 있다는 사실도 스쳐 지나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건물들의 건축기간이 오래됨에 따라 조명 냉.난방등에 손을 봐야 하는
부분, 즉 에너지 절약사업의 대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들어 보면 80년대말 손가락으로 꼽던 ESCO숫자는
90년들어 2백여개로 늘었고 현재는 3천여개가 성업중이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에도 에너지 절약산업이 태동하고 있는 셈이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