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보행환경이 극도로 나쁘다.

도심에서 인도를 따라 걷다 길건너편으로 가려다보면 횡단보도는 찾을
수 없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지하도를 이용해야 한다.

곧바로 몇 발짝만 걸으면 건널 수 있는 도로길도 돌고 돌아 1백~2백여개
지하도 계단까지 오르내려야 건널 수 있는 것.

그만큼 보행자들만 불편하다.

더구나 장애인은 도심에 나올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 편의만을 위해 만들어진 대표지역 3곳의 실정을
돌아본 결과 시민들만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교통량과 보행인의 상관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해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등 시민편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한국은행앞 지하도 =롯데백화점에서 신세계백화점으로 가기 위해서는
미도파백화점을 지나 상업은행 앞에서 지하도를 건너 한국은행앞으로
나와야 한다.

이어서 한국은행을 끼고 위로 조금 올라가 다시 지하도를 건너야
신세계앞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상업은행 지하도로 내려가면 바로 신세계백화점에
이를 것으로 생각하고 한국은행쪽이 아닌 반대편으로 향하게 된다.

결국 나온 곳은 서울 중앙우체국.

위로 올라가 다시 지하도를 건널 수밖에 없다.

길을 모르는 사람은 왔다갔다 하다가 지하도가 별도로 2개 설치된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분통을 터뜨리게 마련이다.

상업은행과 한국은행 사이, 한국은행과 신세계백화점 사이에 횡단보도
설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남대문앞 지하도 =흥국생명빌딩에서 서울역을 찾아갈 경우 3개의
지하도를 거쳐야 한다.

흥국생명에서 남대문시장으로 나온뒤 위로 조금 올라가 대한화재
빌딩에서 다시 지하도를 통과해야 된다.

그리고 2백50m를 내려간후 서울역앞 지하도를 통과해야 한다.

소요시간은 20여분 정도.

만약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제보험빌딩이나 남산 방면으로 갈 경우
직선거리의 20배정도를 우회해야만 건널 수 있다.

3개의 지하도를 건너든가 아니면 상공회의소앞 횡단보도를 지난후
2백50m가량 떨어진 서울역 지하도를 건너 다시 한참을 올라와야 한다.

흥국생명에서 삼성생명쪽과 남대문 시장쪽, 낚시 도구상가에서
기아자동차 빌딩사이에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많다.

<>시청앞 지하도 =시청앞은 전체가 지하도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시청에서 덕수궁, 프레지던트 호텔, 서울프라자호텔 등 모두 지하도를
통과해야 한다.

지하도는 거의 미로에 가까워 표지판을 잘 보지 못하면 반대편으로
나오게 돼 헤매기 일쑤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2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리게 되면 시청을
찾는데 애를 먹는다.

오히려 을지로 입구에서 내리는게 빠르게 돼있다.

걷고 싶은 서울만들기 운동본부 김은희간사(33)는 "시청앞을 시민광장으로
만들어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횡단보도를 설치, 보행자의 접근을 쉽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반도조선호텔앞에는 불과 5m의 횡단거리를 지하도로 건너도록 해놔
무단횡단을 유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횡단보도를 그려놓지 않았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