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를 통해 검증된 정형화된 규칙을 따를 것인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신념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경영컨설턴트 피터 베른스타인이 "신탁을 벗어나"(와일리 간 27.95달러
원제: Against The Gods )라는 신간을 통해 인류사회가 보여온 위기관리
방식의 변화와 발전을 차분히 조명, 주목받고 있다.

이책의 부제는 주목할만한 위기의 순간(The Remarkable Story Of Risk).

인류 발전의 원동력을 새로운 위기관리(Risk Management) 방식에서 찾는
저자는 이 책에서 그리스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가 경험해온 다양한 위기의
순간과 이를 헤쳐가는 과정을 역사와 철학, 경제학의 관점에서 찬찬이
돌아보고 있다.

저자는 가치관 변화가 6세기무렵 유럽에 전해진 아랍의 숫자문화와
결합되면서 위기관리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명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위기를 측정하고 평가하며 그 결과를 분석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수학과 과학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고 인류사회의 경제적 풍요를
가능케 했다는 것.

그렇지만 저자는 모든 위기모형이 수학적 모델로 정형화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위기관리의 정답을 찾는다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의 영역에
위치한다고 단언한다.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혹은 주사위놀이나 룰렛게임을 할때 누구나
요동치는 숫자에 숨을 죽이지만 그것에 대한 분명한 예측은 불가능하며
단지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갈 뿐이라는 분석이다.

현시점에서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영자의 인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인류가 위기관리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해 점차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영역까지도 수학적 체계로 분석해온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놓고 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