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환 < LG선물대표이사 >

올해 전반적인 약세를 면치 못했던 LME(런던금속거래소) 비철금속가격은
내년에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은 "아연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개월동안 아연가격은 매우 좁은 범위내(t당 1,000~1,050달러)에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지난주 아연가격은 무려 4%이상 치솟아 거래범위의 저항선을 깨고
올라섰다.

최근 아연시장에 새로운 흥미를 불러 일으킬 몇가지 변수가 발생했다.

스페인 아연생산업체인 아스투리아나사가 갖고 있던 아연 선물매입포지션
38만t이 청산 완료됐다는 소문이 시장에 나돈 것이다.

전기동 선물의 스미토모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회사는 아연 선물사고로
몇년동안 대량의 매입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대량의 매입포지션을 아연가격이 조금씩 오를때마다 일부 청산하면서
아연가격 상승을 막았다.

헤지펀드들도 이 회사의 포지션이 청산 완료됐다는 소문에 따라 t당
1,020달러 근처에서 대량의 새로운 선물매입포지션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연가격의 장기적 상승을 부추길 만한 것은 기본적인
시장상황이다.

LME 재고를 포함한 아연 총시장재고량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4년 2.4분기 총재고량은 15주 소비량에 달했으나 올해 3.4분기에는
8주정도 소비량으로 반정도 줄어들었다.

이정도의 재고가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통계치를 분석해 보면 재고량과 가격수준은 매우 밀접한
역상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연가격이 상승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전문가들은 아연재고가 추가적으로 약 10만~15만t 감소하면 매우 위험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아연수요는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수요가 크게 되살아나 3.6% 신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아연수요 신장세는 미국시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로는 차체 철골주택 등 아연도금쪽에서 성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공급은 아연 원광생산에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내년 수급은 17만t 정도 수요초과가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시장 요인을 종합해 볼때 현재 t당 1,060~1,070달러인 아연가격이
내년에는 1,202달러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