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개정을 연내에 매듭짓기로 결정한 것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보나 국내외 여건으로 보나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법과 제도정비를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수있다.

특히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관계법개정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게 정부의 생각이고 그런 생각에 기초해 노사개혁을 강행키로 한것
아니겠느냐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러니까 현행 노동관계법으로는 기업의 생산성향상을 기할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의 생산활동에 힘을 실어줄 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시간제도입등
에 대한 법제화의 필요성이 정부내에서 강하게 제기돼 온것만 봐도 그렇다.

재정경제원이 최근 노개위에서 핵심쟁점사항에 대해 합의를 못하더라도
기업활동에 탄력을 가져다줄 이들 쟁점사항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또 근로자의 삶의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복수노조허용이나 제3자
개입금지조항 철폐등도 OECD가입을 앞두고 있는 정부입장에서는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들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노동후진국으로 낙인찍혀 있는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정부가 노동관계법개정을 강행키로 한 것은 문민정부의 마지막
개혁으로 여겨져온 이들 작업이 미뤄질 경우 정부의 개혁의지 퇴색으로
비쳐질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특히 노사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어 정부로서는
지금이 법개정을 위한 최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비록 일부 핵심쟁점사항들에 대해선 대타협에 실패
했지만 노사양측은 여러차례의 논의와 격론을 거치면서 상당부분의 쟁점
사항들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한 상태다.

또 미합의 쟁점사항에 대해서도 노사간 의견대립은 있으나 상당부분 의견
폭을 좁힌 상태고 현실적으로 대타협도 어려운 상황인 만치 정부로서도
노사분위기가 상당히 성숙된 이번 기회를 법개정추진의 호기로 본 것이다.

모처럼 주어진 이번 기회에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의 틀을 다질 노동
관계법개정을 강행하지 않고서는 법개정은 영원히 물건너 갈 것으로 우려
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법개정을 강행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으로서는 노사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쟁점사항을 법제화한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수 밖에 없다.

대선을 치르려면 신경쓸곳이 많은데 노동법개정문제로 괜한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정치권이 노사합의를 전제로 노동관계법을 개정할 것을 여러차례 정부에
요구해 온것도 이같은 부담때문이다.

더욱이 정기국회폐회일이 얼마남지 않아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노동
관계법개정안을 상정시키더라도 국회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백보양보해서 법개정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경우에 따라선 양측 모두로부터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올수
있다는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 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