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만 있는 줄 알았던 "기쁨조"가 서울 한 복판에 나타났다.

그것도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신촌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단다.

이 남한판 "기쁨조"는 신촌에 "춤방"이라는 비트를 마련해 놓고
저녁에만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12일 신촌의 홍대앞 한 건물 지하.

춤방으로 불리는 이곳은 기쁨조원 5명이 매주 3번씩 정기적으로 접선하는
장소다.

이 건물의 관리인에게 "기쁨조"의 인상착의를 말하자 화들짝 놀란다.

매번 시끌벅적 떠들어대며 당당하게 들어오던 이들이 "기쁨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단다.

그러나 건물에 들어가 만난 LG건설의 "파워댄싱팀" 5명은 자신들이
남한판 "기쁨조"라고 거리낌없이 소개한다.

다만 북한 "기쁨조"가 한복을 입고 우아한 사위로 춤을 춘다면 자신들은
경쾌한 재즈댄싱을 한다는게 다르단다.

또 북한팀이 김정일 개인과 몇몇 당 간부들을 위한 팀인데 비해 자신들은
2,200여명의 LG건설가족 모두를 위한 팀이라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이 "기쁨조"가 생긴 것은 올 여름.

내달5일 있을 LG경영혁신팀(Exconst, 엑스콘스트)경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결성됐다.

파워댄싱팀의 임무는 엑스콘스트대회를 힘있게 치러내기 위해 중간중간에
등장, 여흥을 돋우는 일이다.

생각하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파워댄싱팀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비록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패기와 열의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비장의 무기이기 때문.

그래서 "파워댄싱팀"에는 남다른 애사심과 열정 패기가 필요하다.

여기에 춤에 대한 열정과 타고난 "끼"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

이 팀을 실질적으로 리드하고 있는 여승환씨(27)는 시간나는대로
설계도면실 화장실을 가리지 않고 연습하는 열성파.

덕분에 이제는 사내 동료들의 인사말이 "오늘은 춤 안춰요"가 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여씨는 자신은 김태유씨(27)에 비하면 명함도 못내민다고 한다.

김태유씨의 일화.

김씨는 식사도중 춤동작을 무심결에 연습하다 옆에 앉은 여사원의 옷에
국물을 부었다.

물론 지금까지 그일로 타박을 맞고 있긴하다.

팀을 뒷바침하고 있는 이혜재씨(24)는 어설펏던 춤동작이 "이제는
주위에서 춤꾼이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며 좋아한다.

팀의 마스코트 곽희경씨(21)는 자신이 수많은 동료에게 힘을 줄 것을
생각하면서 힘든 연습을 이겨내고 있다고.

또 대학시절 강의실과 나이트의 출석률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하는
유정일씨(24)도 자신의 재능(?)을 회사를 위해 쓸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연습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파워댄싱팀"의 열정에 놀라 내년께는 임원진으로 구성된
또 다른 댄싱팀도 구상중이라고 한다.

"파워댄싱팀"의 여파로 서울의 여기저기서 "기쁨조"들이 속출할
것 같다.

<박수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