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아시아 호랑이경제''는 전자산업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 지역 경제부침은 첨단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이 산업에 "전부를 걸듯" 집중투자를 했다.

세계전자시장에서 차지하는 이들 국가의 비중도 매우 높다.

일례로 세계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전자회로기판의 80%가 대만산이다.

절반이 넘는 컴퓨터 키보드를 대만기업들이 공급하고 있다.

디스크 드라이브의 40%는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다.

말레이시아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조립의 주무대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약 3분의1이 이 나라에서 조립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 국가들이 신경을 가장 많이 쓰고 투자한 분야는
메모리반도체부문이다.

90년대초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을때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열병처럼 아시아국가를 휩쓸었다.

대만의 한 식품회사가 10억달러를 투자, 반도체공장을 세웠을 정도였다.

80%에 달하는 반도체의 엄청난 마진폭에 비춰봤을때 오히려 안하면 바보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공급과잉으로 인해 올초 메모리칩가격은 70%나 폭락했다.

그러나 회복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고 있지 않다.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가격은 계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는 올 4.4분기에 반도체판매가 3.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42%의 증가에 비하면 매우 미약하다.

결국 신규공장증설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컴퓨터등 반도체관련 산업도 꾸준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시장조사회사인 인터내셔날데이터코퍼레이션은 내년도 PC 수요가 1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격하락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의 거대전자회사인 히타치와 소니가 컴퓨터산업에 뛰어든 것이
가격하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도체가격하락은 이미 아시아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상반기중 동아시아국가의 수출증가율이 7%대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 증가에 비해 급격한 둔화다.

ADB는 엔저를 수출증가율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이 지역 전자산업의 침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의 경기침체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9월 수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전자제품수출이 6%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3.4분기 GDP성장율은 3.2%로 낮아졌다.

바로 1년전 8%의 탄탄한 경제성장은 꿈만 같다.

전자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만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아호랑이들에게 더욱 우울한 얘기는 아시아 저개도국이 전자산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친데 덥친격이다.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공급과잉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중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필리핀이다.

올 1~7월사이 필리핀의 전자산업 수출은 45%나 늘었다.

값싼 노동력으로 중무장한 필리핀이 공세를 강화를 태세다.

더구나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컴퓨터언어인 영어를 하고 있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자 기업들은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대만기업들은 랩톱 컴퓨터에 승부를 걸었다.

지금까지 IBM 애플등 선진기업들의 전유물이었던 랩톱 컴퓨터는 마진폭도
커 꽤 짭짤하다.

수요도 30% 가까이 늘고 있다.

올해 대만은 4백만대를 생산해 일본을 따라잡을 계획이다.

대만은 저가시장도 놓치고 싶지 않다.

이미 저임금을 노려 필리핀에 공장도 세웠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저가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촛점을
맞추라고 권고한다.

저가제품으론 더이상 재미를 보기어렵다는 설명이다.

더우기 전자산업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산비의 5% 미만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임금이 싼 지역을 찾기보다는 우수한 제품디자이너등 인재발굴에
중점을 두라는 충고다.

아시아국가들은 경제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해온 전자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같은 중요한 교훈을 하루빨리 터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리=김수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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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licon tigers'' electric shocker"
Nov. 9th, 1996 c The Economist, London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