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찬 < 인하대 교수 / 경영학 >

최첨단의 기술과 개발전문인력 및 개발비만 대당 최소 5백억원이 요구되는
항공기산업은 흔히 21세기의 국부를 결정짓는 제조산업의 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항공기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인 동시에 그만큼 위험부담이 매우 높은 산업
이다.

항공기산업은 철저한 안정성 보장위에 성능과 편안함이 만족되어야만 그
판로를 개척할수 있는 만큼 단순한 기술수준이나 자금력 만으로도 성공하기
어려운 꿈의 산업이자 국가적 리스크 테이킹이 요구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보잉사는 1916년에 창립되어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용항공기
개발로 성장, 58년 B707생산을 필두로, 95년 B777에 이르는 민항기 생산을
통하여 지금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70%이상을 유지해 오고 있다.

보잉사의 경쟁력 원천은 첫째 80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명성, 둘째 매출 및
인력상 규모의 경제실현, 셋째 유럽등 타국의 도전을 저지시키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등에서 찾아 볼수 있다.

한편 삼성항공의 경우 정부의존적으로 물량을 수주하여 99년도 종료예정인
F-16전투기 사업을 제외하면 군수품 제조활동이 저하되고 있으며, 94년부터
추진되어 오고 있는 중형기개발 컨소시엄의 주도업체로는 선정되었으나
중국과의 제휴결렬, 보잉사의 협력거부 등 국제공동개발 방식에 차질이
발생함과 아울러 국내 참여업체간의 협력부진으로 생산년도마저 불확실한
상태이다.

세계최고 최대의 항공기 제조회사인 보잉사와 한국의 삼성항공을 정태적
으로만 비교한다면 매출액은 보잉사의 7.7%, 총인력은 3.0%, 연구인력은
1.4%, 연구개발비는 8.8%, 설계기술은 10% 미만으로 비교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

그러나 동태적 측면에서 비교하면 1인당 매출액 수준은 삼성항공이 보잉사
의 2백70%, 연구인력 1인당 연구개발비는 보잉사의 6백30%나 되므로 성장
잠재력에 있어서는 삼성항공이 보잉사보다 월등하다 할수 있다.

최근 3년동안 보잉사의 연평균 매출신장률이 마이너스 12.4%를 기록한데
비하여 삼성항공은 연평균 15.3%의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단 한번의 개발 실패가 더 이상의 중형기개발 자체를 포기시킨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삼성항공등 국내 항공기업체가 세계시장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보잉사와 에어버스사 등이 견제는 하면서 제조는 않고 있는 1백~1백50석
규모의 중형기시장부터 면밀히 분석하고 이들 시장의 고객에 부합되는
개발기술의 확보와 설계가 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첫단계는 군수용 항공기 개발을 통하여 완제품 항공기 제조를
위한 기초 기술력 및 설계기술력을 확보해 나아가면서 이를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해 나가는 산업체의 노력이 요구되며 둘째 단계는 시장경쟁의 격화에
대비하는 원가절감 즉, 물류관리 및 공정개선을 통한 생산성향상에의 노력,
그리고 셋째단계에서는 국내 브랜드로 수출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협력
업체간의 기술 데이터 베이스 및 전문인력의 풀링화가 적극 요청되는 바이다.

결국 잠재시장의 확보 없는 개발투자나 국내의 수주물량 주도권 다툼을
위한 과잉확대 전략은 우리의 항공기를 하늘에 띄우는 것이 아니라 항공기
산업의 경쟁력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는 점을 함께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