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나 들에 흐르는 작은 물줄기를 일컬어 시냇물이라 부른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그 물줄기의 이름을 따서 만든
작지만 소박한 모임이 있다.

"시냇물"이라는 모임이다.

필자가 1972년 2월에 광주상고를 갓 졸업하고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었던 곳은 탑골공원 바로 곁에 자리잡고 있던 기업은행 종로지점이다.

지금은 기업은행이 직원자녀용 탁아소로 사용하고 있다.

그해 봄 어느날 학창시절에 가까이 지내던 친구 네명이 나를 찾아왔다.

공원의 벤치에서 누군가가 "우리 모임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참여해
달라"고 했다.

모임의 취지도 괜찮았으나 구성원들이 마음에 들어서 쾌히 승락을
했다.

그들 모두가 성실하고 성적 또한 나보다 우수했던 모범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날부터 필자를 포함하여 고석중 (감사원 감사관) 김충수 (농협중앙회
전략기획팀 차장) 이동신 (서울은행 홍은동지점 차장) 이시호 (현대자동차
외자팀장) 회원이 "시냇물"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회칙도 만들고 월회비도 책정하여 꼬박꼬박 기금을 축적해 나갔다.

"시냇물"이 결성된지 16년이 흘렀을 때의 일이다.

작은 개울물 하나가 함께 흘러가고 싶다고 하여 입회가 허용되었다.

우리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횟감을 도맡아 준비하는 김영섭 (수협중앙회
검사역)회원이 그 장본인이다.

여기에 실린 사진은 바로 그의 입회를 기념하면서 1988년 우이동에서
야유회를 가졌을 때에 찍은 것이다.

우리 모임의 남다른 특징은 가족 구성원에서 찾을 수 있다.

회원 가운데 절반인 세명이 딸딸이 아빠들이다.

충수.동신회원의 가정에는 아릿다운 공주가 세명씩이나 있다.

언제나 직장일 때문에 바쁘고 최근들어서는 교회일에도 열심을 내고
있는 시호는 딸 셋만으로는 부족해서인지 몇해전에 하나를 더 낳아
네 공주의 아버지가 되었다.

석중이는 해학과 달변 그리고 탁월한 정보력으로 회원들을 늘 즐겁게
해 준다.

평소에는 정회원이 만나지만 준회원 자격을 갖는 부인들과 자녀들,
그리고 부모님까지 함께 모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끔은 멀리 여행도 떠난다.

필자가 독일의 쾰른대학에 유학중일 때, 부인회원들이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안내를 자청하고 나섰으마, 자녀들의
뒷바라지 때문에 훗 날로 미루어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냇물처럼 언제나 진실되이 그리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회원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