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장은 언제나 단기투자만 성행하고 있다.

이는 높은 회전율과 신용공여율이 말해 준다.

확실한 재료를 가지고 확실한 차익을 내기를 바라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선 언제나 인기주는 무리한 시세과열로 끝이 난다.

그리곤 수많은 투자자의 가슴에 아픔을 남기고 간다.

이번 일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사실 우리는 지난번 9월 하순이후 자금이 일시 들어올때 긴 안목에서
보자면 소형주 매매는 자제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그 돈들은 주마가편으로 소형주에
신용과 함께 집중됐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앞에 처절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증시가 미래를 제대로 읽지 않으려 한데서 오는 문제일수도 있다.

누군가 깃발을 들어주면 그리로 달려갈 준비만 하고 있는 아마추어는 결국
이런 시장에서 세련된 투자자에게 뒤통수를 맞기 십상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필자를 포함해 증시전문가들이 제대로 자신만의
경기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경기예측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별로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기업 재료만 달라고 하고 테마만 찾는데 무슨 경기예측이
필요하겠는가.

어쩌다 미래의 경기를 논하려 할 때 당시의 지표가 받쳐주지 않으면 눈길도
주지 않으려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니 장기전망을 직업으로 하는 증시전문가는 발을 붙이기도 어렵다.

지금도 그런 상황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장기투자자의 확대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정부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한 것은 아주 적절한
조치로 보여지고 지난번 근로자 주식저축도 아주 잘한 조치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조치를 보고 당장 돈이 팍팍 들어오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하려는 증시 분위기는 이제 단절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우리의 전환기 경제가 앞으로 긴 여정이 남아 있듯이 우리 증시의 행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지금 우리 시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투매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