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떤 분야보다도 여성들의 능력을 발휘하기 좋아요.

예술적 감수성과 생활속의 불편을 포착하는 예민함을 동시에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작업과정속의 거친 부분이 많이 줄어들기도
했구요.

많은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김복수 여성건축가협 회장(52)은 건축학과 정원 30~40명중 여성은
1~2명에 불과하던 시절 건축을 공부한 만큼 전체 건축학도의 15~20%가
여성인 현상황이 정말 반갑다고 말한다.

여성이 현장에 나타나면 "일 못하겠다"고 떠나던 근로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작업하게 된 것도 무척 뿌듯하다.

"여성건축가협회가 만들어진 것은 82년입니다.

조계순 이복한 김인숙 박은정씨 등이 뜻을 모아 자리를 마련했죠.

이신옥 지순 천병옥 김화련씨 등 역대 회장 및 임원들의 노력으로
첫해 30명이던 회원이 올해엔 300명으로 늘어났어요"

여성건축가협회는 회원간의 결속과 활발한 활동 두가지 면에서 모두
성공한 단체.

매년 한차례의 세미나 및 건축물견학여행과 총회를 열어 회원간의
친목을 다지고 정보교류의 장으로 활용한다.

올해는 "21세기 신주거문화,여자가 주역이다"라는 주제로 한일
여성건축가 심포지엄을 열었다.

회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는 주제는 주택.건축물중 규모는 가장
작지만 사회현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분야여서 흥미롭다고.

2~3세대의 공동주택이나 주말용주택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봉사활동도 중요한 부분.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4명의 회원이 나와 주택설계 및 탁아시설
상담을 실시해 인테리어 설비 등의 문제를 설명하고 낮은 가격에 설계도
해준다 (581-1340).

회원들이 의뢰받아 설계한 탁아시설은 30곳이 넘어 올초 "신나는
어린이집" (섬 간)이라는 책도 냈다.

"주부와 어머니의 세심한 마음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건축물이 주택과
탁아시설이라는 합의때문에 봉사활동의 대상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김회장은 66년 홍익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2년간의 직장생활을 거친뒤
역시 건축가인 남편 김한일씨 (<주.한건축사사무소 대표)와 20년이상
공동작업을 해왔다.

1남2녀의 자녀중 큰딸은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작은딸은 장식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가장 존경하는 건축가는 대학때 은사인 고 김수근씨.

그의 강의를 듣고 건축가로 일하겠다는 결심을 굳혔고 "건축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는 표현을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