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2일 남은 정기국회기간동안 대여강경투쟁을 벌이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 국회의 파행운영이 예상된다.

양당은 이날 국회에서 합동의원총회를 열어 새해 예산안과 제도개선특위
법안을 연계해 심의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동의 비준안을 반대키로
하는 등 대여강경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은 즉각 성명을 통해 "정치의 생산성에 정면으로 역행
하는 과소모 과소비 정치의 전형"이라고 맞받아치고 나와 정면대결을 예고
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원국회에서 양당간의 공조의지를 다진후 4개월만에 다시 열린
이날 합동의원총회는 대여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전열 재정비의 장이었다.

국민회의 박상천총무는 "오는 20일까지 약 일주일간이 15대 국회의 순항과
파행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분위기를 잡아 나갔다.

자민련 이정무총무도 "새해 예산안 등 모든 현안을 연계시켜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며 양당 공조의지를 피력했다.

양당은 이어 결의문을 통해 "정부 여당은 제도개선특위 법안심의에 있어
지금까지의 회피 지연전술을 버리고 새로운 자세로 임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문은 또 "정부 여당이 OECD 가입비준 동의안을 졸속처리하려는 방침을
철회해야 하며 안기부법 개정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문은 이와 함께 이양호 전 국방장관 부정사건과 관련한 군무기구입체계
부조리, 군인사 난맥상,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의 정치자금 발언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국정조사권 발동을 촉구하고 농가부채 축소의혹에 대한 국정
조사에 여당이 호응할 것을 요구했다.

토론에 나선 국민회의 채영석 김경재 김영진, 자민련 이양희 이인구의원
등은 양당의 확고한 투쟁의지를 다지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야당이 들러리가 될수 없다"(김경재의원)

"야당의 예결위원들은 전사답게 투쟁할 것이다"(이인구의원)

"OECD 비준안을 총력 저지해야 한다"(이양희의원) 등의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야당이 강경자세로 나온 것은 최근들어 각종 현안에 대해 여당에 정국운영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당이 국회운영의 최대 전략으로 삼고 있는 제도개선특위 활동은
여당의 "우보전술"에 휘말려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국정감사 기간중 폭로한 이 전국방사건만 해도 여권의 신속한
처리와 야당의 추가적인 압박재료 부족으로 정국주도권을 잡을수 있는 호기를
놓쳤다.

결국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날 결의문에 담은 내용을 뜯어보면 그동안
거세게 몰아부치지 못한 현안을 OECD 가입비준안과 새해 예산안과 연계
여당의 발목을 잡고 다시 한번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이 전국방장관 사건과 강총장의 정치자금 발언에 대해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한 것은 야당의 대선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두가지 문제는 여권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힐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란 인식이다.

신한국당 서청원총무가 "야당의 결의문 내용은 내년 대선을 의식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려는 수순으로 볼수 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향후
국회운영이 내년 대선을 의식한 여야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을
예고한 대목이다.

여야간 힘겨루기의 첫 무대는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OECD 가입
동의 비준안 처리과정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도부는 이미 OECD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 총무단및
재정경제위 농림해양수산위 간사들에게 서면지침을 내려 보냈다.

OECD 가입후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대책 내용을 다시 분석하고
재경위와 농림해양수산위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게 지침의 골자다.

야당은 가능한 시간을 끌어보자는 계산인 것 같다.

신한국당 서총무는 양당의 결의문채택 직후 총무회담을 제의, 이날 오후
국회에서 야당 총무들과 만나 향후 국회일정을 논의했다.

그러나 총무회담에서도 서총무는 "향후 국회파행의 책임을 여당에게 넘기려
는게 아니냐"고 주장한 반면 야당 총무들은 "여당의 성의표시가 없다"고
맞서는 등 여야가 한치도 양보하지 않아 향후 국회일정의 난항을 예고했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