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농공단지 입주업체 사장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금난과
인력난 그리고 판매난이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운다.

"농공단지 입주업체가 공장을 설립할 때 건축 및 시설자금으로 필요한
금액의 70% 수준까지만 지원하고 운영자금의 경우 1년거치, 2년 분할상환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전남 화순군 동면농공단지에서 생활도자기를 생산하는 (주)삼화도자기
이내균사장의 주장이다.

이사장은 "공장설립후 시제품을 생산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펼치는 등
회사가 적절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운영자금의 경우 가동후 1년이 지나면 상환을 해야하는 현
실정에서 자금난을 경험하지 않을 업체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 지역 농공단지에 입주했다 휴폐업을 한 1백33개 업체 가운데
3년이상 조업을 하다 휴폐업을 한 경우는 27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년이 되지 못해 공장문을 닫은 업체가 41개사에 이르고 2년이내가
31개사, 3년미만이 34개사 등으로 3년 이내에 대부분의 업체가 휴폐업을
한 것으로 나타나 운전자금 상환에 더 여유가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소재철 전전남지역농공단지 협의회 연합회장은 운영자금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자동차만 구입했다고 해서 차가 운행되는 것은 아니다"고 비유한
소 전회장은 "설비를 갖춘 업체들이 본격적인 생산활동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기름 역할을 할 수 있는 운전자금 지원에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
고 강조했다.

소 전회장은 "이런 문제점의 시정을 정부에 수차 건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며 정부의 과감한 정책전환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진흥공단 광주.전남지역본부의 김성윤과장은 "정부의
자금지원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업체의 입장만을 강조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정 규모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공장을 설립해야 하는데 실제 농공단지에
입주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경험만을 믿고
창업에 나선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휴폐업한 업체 가운데 자본금 규모가 1억원 미만이 업체들이
72개사로 이 지역 업체들의 영세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자금난과 함께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은 인력을 구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우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김상철 사장은 "기업의 영세성때문에 사장
혼자서 영업 상품유통 대금회수 경리 생산관리까지 1인 다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단순인력은 많은 업체들이 30-50대의 부녀자들라도 채용하고
있으나 기술인력은 거의 구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내와 며느리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경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소 전회장은 "농촌지역에서 젊은 경리아가씨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고 인력구하기가 쉽지 않음을 설명했다.

이내균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는 막노동을 해도 되지만 자기
고향에서는 공장에서 창피해서 근무할 수 없다는 잘못된 생각이 바뀌기
전에는 인력난 해소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엎친데 겹친격으로 판매부진도 입주업체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상철사장은 "소비자들이 유명브랜드 위주의 상품만을 구입하는 것이
판매난을 부추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대표는 "입주업체의 대부분이 부품업체들로
대기업이 많지 않은 지역적 특성과 어울려 납품처가 크게 부족하고 역외로
납품을 하더라도 물류비용이 크게 증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경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보다 획기적,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지역 농공단지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 광주=최수용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